기자명 백지원 기자 (whitepaper@skkuw.com)

인공신경망을 통해 인간의 뇌 구조 모사해

국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지난 1월 15일, 우리 학교 자과캠 반도체관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인 반도체를 지원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지난해 12월에는 약 110억 달러 수익이라는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며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는 지금,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활용되는 AI 반도체가 놓여 있다. AI 반도체가 무엇인지, 이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반도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다 
반도체는 전기의 흐르는 정도가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인 물질로, 순수 상태에서는 부도체와 같이 전기가 흐르지 않지만 불순물을 주입하는 등 외부 에너지가 가해지면 도체와 같이 전기가 흐른다. 반도체는 주로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활용되며 전기 신호의 처리, 데이터의 △연산 △저장 △제어 등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력 상품으로 수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IT 기업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기업의 효율을 높이고자 인공지능 서비스에 투자하기 시작하며 AI 반도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데이터 연산 처리에 집중한 반도체인 AI 반도체는 빠르고 정확한 대량 연산을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의 성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경쟁우위를 갖추고자 지난해부터 AI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다. 나아가 정부는 지난 1월 15일 국산 AI 반도체의 연구와 개발을 지원하고자 2047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총 62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성남시 △수원시 △평택시 등 경기도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반도체 생산 단지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반도체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기업 간의 협업이 용이해 AI 반도체를 효과적으로 연구하고 생산할 수 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감도. ⓒ연합뉴스 캡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감도. ⓒ연합뉴스 캡처

 

AI 반도체, 인간의 뇌를 모방하다 
AI 반도체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 뇌의 구조를 모방해 인간의 학습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로 이뤄진 그물망 형태다. 뇌의 감각 뉴런은 시각, 청각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자신과 연결된 뉴런에 전달한다. 이때 감각 뉴런에서 발생한 전기 신호가 특정 크기를 넘어야 연결된 뉴런에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해 전기 신호가 중추신경계에 도달하면 우리는 감각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인공신경망의 한 종류인 심층인공신경망(Deep Neural Network, 이하 DNN)은 △입력층 △은닉층 △출력층으로 이뤄져 있어 인간이 외부의 자극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감각을 인지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모방한다. 먼저 입력층의 인공 뉴런은 받아들인 데이터가 학습한 내용에 가까운 값일수록 신호의 크기를 키운다. 이때 신호의 크기가 특정 값을 넘어가면 여러 개로 이뤄진 은닉층의 인공 뉴런에 전달한다. 이 과정을 반복해 데이터가 출력층에 도달하면 결괏값이 도출된다. 그러나 DNN은 전체 인공 뉴런이 학습을 진행해 데이터를 과하게 학습할 경우 오차가 증가하고 연산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각각의 인공 뉴런이 시간차를 두고 학습하는 스파이킹 신경망(Spiking Neural Network, 이하 SNN)이 AI 반도체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SNN은 수억 개의 은닉층 인공 뉴런이 각각 입력층에서 받아들인 데이터를 조합하는 능력이 향상돼 변형되거나 한정된 정보만으로도 정확한 대상을 학습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기울어지거나 색조가 바뀌는 등 변형된 강아지 사진을 봐도 여전히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이 강아지임을 인지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더불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공뇌융합연구단 김재욱 연구원은 “SNN은 구조적으로 인간의 뇌를 더 잘 모사해 낮은 전력으로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SNN이 감각의 종류에 따라 특정 뉴런만 활성화하는 인간 뇌를 모방해, 활성화된 인공 뉴런을 제외한 나머지 인공 뉴런을 저전력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심층인공신경망. ⓒ자료 : 『AI 혁명의 미래』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한 심층인공신경망. 자료 : 『AI 혁명의 미래』

 

NPU와 뉴로모픽 반도체의 등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SNN이 AI 반도체에 활용되며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신경망 처리 장치(Neural Processing Unit, 이하 NPU)가 발전했다. NPU는 다양한 기능을 다루는 이전 반도체와 달리 AI 연산만을 위해 제작돼 가격이 낮고 연산 효율이 높다. NPU는 간단한 연산을 통해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카메라 품질을 향상하는 등 전자기기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나아가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 센터, 챗GPT 등 대량의 연산을 요구하는 곳에도 활용되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 반도체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정보융합학과 전동석 교수는 “지금까지 NPU는 간단한 연산을 주로 처리했지만, 앞으로는 방대한 양의 문장을 입력받는 대규모 언어 모델과 같이 고도의 연산 효율이 필요한 기술에 더욱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반도체는 특정 온도를 넘어가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온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NPU에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NPU가 많은 분야에 활용되며 냉각 시스템을 구동하는 운영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뉴로모픽 반도체가 개발됐다. 우리 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유우종 교수는 “기존의 AI 반도체는 소프트웨어상에 인공신경망을 구현한 것으로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하드웨어가 인간 뇌의 구조와 달라 학습 속도가 느리고 전력이 많이 소모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뉴로모픽 반도체는 하드웨어 자체에 인공신경망을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소프트웨어의 연산 과정 없이 하드웨어 자체에서 데이터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AI 반도체의 미래를 위한 노력 
그러나 NPU와 뉴로모픽 반도체는 아직 한계점이 남아있다. 먼저 NPU는 여러 반도체 기업이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해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박정우 교수는 “서비스 제공 회사들은 다양성을 위해 여러 기업의 NPU를 사용하고 싶어 하지만 제조사마다 사용하는 코드와 프로그램이 달라 함께 사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로 관련 알고리즘이 많이 개발되지 않아 관측 결과의 균질성을 나타내는 정밀도에 한계가 있다. 이에 유 교수는 “아직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 뇌의 매우 일부분만을 모방했다”며 “인간과 같은 인지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센서와 인공 뇌가 연결된 뉴로모픽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AI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도체 기업과 시스템 기업이 협업해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 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김정래 교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협업해 지속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 AI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한 국산 AI 반도체가 개발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