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가희 편집장 (gahee@skkuw.com)

의대 입학정원 증원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지난달 6일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의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 달 동안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의료계는 이미 이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하는 중이다. 우리 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도 전학년 동맹휴학 성명서를 발표했다.

동시에 지난달 20일, 서울시 소재 종합사립대학인 A대학에서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의 폐지를 추진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A대학이 2025학년도부터 두 학과에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공개해 해당 학과의 재학생과 교수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불어불문학과 재학생으로서 해당 사건을 자세히 알아보려 최신 뉴스를 검색했다. 그러나 화면에 뜨는 기사는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비슷한 내용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미련을 떨치지 못해 누군가에겐 낡은 뉴스가 됐을 소식을 혼자 일주일가량 붙잡고 있었다.

여론은 매일같이 의대의 입학정원 증원과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조명한다. 의료계와 의대생을 비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우리 학교 의과대학의 동맹휴학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학우들이 많다. 그러나 A대학의 소식은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두 학과는 서로 다른 위기를 맞이했다. 어느 학과는 인원이 넘쳐 문제인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정원을 줄여 폐과의 길을 걷고자 한다. 각기 다른 뉴스로 봤을 때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같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고 A대학이 학칙 개정안을 발표하는 사이, 대학생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정책을 발표하기 전 의대생들과의 합의는 없었으며, A대학의 재학생들 또한 해당 대학의 일방적인 발표로 소식을 접했다. 학과의 폐지는 기본적으로 각 대학의 학칙에 따른다. 현재 A대학의 재학생들은 학칙에 관련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며 학교 측에 면담을 요청 중이다. 법원은 입학정원뿐만 아니라 학과의 정원도 0명이 돼 재학생이 존재하지 않을 때만 폐지된 것으로 본다. 해당 학과에 단 한 명의 재학생이라도 남아있다면 법률상 폐과는 불가하다. 그러나 법률이나 제도상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없어 재학생의 동의나 합의 없이도 학과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각 대학의 학칙에도 해당 규정이 있지 않으면 대학 소관으로 학과의 폐지가 가능하다.

과연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오직 의대 입학정원 증원뿐일까? 대학의 구조조정이 수년간 꾸준히 수면 위로 올라오며 대학생의 목소리도 깨나 전해지나 싶었지만 아직 제도적 노력으로 이어지기엔 한참인 듯하다. 어쩌면 아직 사회에 뛰어들지 않은 대학생의 의견은 뭣 모르는 어리숙한 것으로, 잠시 반짝하고 사라질 일시적인 것으로 취급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대학사회’는 대학생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하지 않겠나. 대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가희 편집장
김가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