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우혁 (wh776500@skkuw.com)

인터뷰 -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박상현 위원장

2008년에 비해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미해

은행 파산 가능성은 낮게 보나 금융시장 내 불안감은 여전해

미국 은행 하나가 파산했을 뿐인데 왜 전 세계 경제가 긴장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SVB 사태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이하 세계 금융위기)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두 사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SVB 사태가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본부 박상현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본부에서 경제 분석을 맡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와 금융시장 분석을 통해 연기금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금융시장 동향과 전망, 그리고 투자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와 SVB 사태를 비교한다면.

세계 금융위기는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형 은행들의 부도로 이어진 전형적인 은행시스템의 불확실성이 주원인이었다. 이번 SVB 사태는 투자 손실과 뱅크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두 사건 모두 급격한 금리 인상이 사건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이다. 또한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부도 위험에 노출된 상황도 유사하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위기 당시처럼 금융권이 연쇄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공포가 형성된 것이다.


SVB 파산이 국내 증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SVB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신속하게 예금 보호 및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를 내놓으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다소 진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으로 은행 부도 위험이 대형 은행까지 전염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따라서 현재 한국 증시와 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그 정도가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할 때 약한 상황이다.
 

증권시장 내에 SVB 파산 리스크가 소멸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

SVB발 신용경색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SVB 사태로 더욱 엄격해질 대출 기조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VB 은행이 주로 실리콘 밸리 지역의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과 주로 거래하는 특수은행이라는 점에서, 최근 급성장한 기술혁신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할 여지가 있다. 이는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나라 증권시장도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이외에도 이번 SVB 사태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국내 증시를 포함한 세계 증시의 잠재적 악재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은행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현 단계에서 국내 은행의 파산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 은행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 왔기 때문에 부도 위험에 노출될 위험은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부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만일 SVB로 촉발된 리스크가 확대된다면 국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위기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즉, 현재와 같이 세계 자금이 경색된 상황에서 신용위험이 미국 전체 은행시스템으로 전이된다면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를 경험했듯이 현 상황의 잠재적 신용위험에 대해 당분간 경계감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정책 대응을 통해 부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택 담보 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자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나 다른 담보 대신 프로젝트의 수익성만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

 

 

 

박상현 위원장.
ⓒ박상현 위원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