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채연 기자 (bungssa21@g.skku.edu)

인터뷰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송규진 교수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 헤아려야

상호이익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 필요

 

3 변제안(이하 변제안)으로 인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 지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변제안의 법적 적절성에 관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정작 해당 논의의 출발점인 강제동원 역사를 조명한 곳은 많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은 무엇이고 한일관계는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 본지는 일제강점기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의 송규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소개를 해달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아세아문제연구원은 동북아의 경제와 사회, 역사 등 다양한 연구사업을 수행한다. 본인은 그중 일제강점기의 경제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이란 무엇인가.

강제동원은 중일전쟁이나 태평양전쟁 등 전쟁 수행에 요구되는 물적·인적자원에 대한 일제의 동원 정책이다. 이는 1938년 제정된 일제의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인적자원에는 군인과 노역자, 일본군 위안부가 대표적이며 동원 방식은 크게 모집 () 알선 징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알선 기관은 개인 사업주와 지방 기관, 그리고 일제로 상이하다. 그러나 그 방식과 무관하게 강제동원이 이행됐던 배경에는 일제의 주도적인 개입이 있었다.

 

노역에 동원된 우리나라 국민의 피해는 어떠했는지.

이루 말할 바 없이 참혹했다. 당시 동원된 조선인들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 이들은 일본 도착 후 군대식 훈련을 받았고, 탄광과 같이 위험도 높은 노역장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이후 일본인의 민족차별에 노출됐으며 노역에 혹사당했다. 노역의 대가 역시 치러지지 않은 채 미불금으로 남았다. 통계에 따르면 일본으로 동원된 노역자는 최소 7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강제동원 역사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독일은 일본과 달리 피해자 배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독일도 배상 판결에 있어서는 난관을 겪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50년이 넘었는데 왜 이제서야 보상을 요구하냐라며 강제동원 배상에 반대하는 정서가 주였다. 당시 이뤄진 판결 또한 개인 단위가 아닌 국가 단위의 제한적인 청구만 인정했다. 그러나 1996년 독일연방 헌법재판소가 개인이 강제동원에 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은 정부와 민간 기업 차원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정부가 나치 노역에 대한 배상안을 선제적으로 구상하고 기업들은 기금 조달 계획을 마련했다. 이들의 노력이 합쳐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재단인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Remembrance, Responsibility and Future)’가 설치돼 배상 절차가 진행됐다.

 

강제동원 배상의 핵심적인 고려사항이 있다면.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수탈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며 강제동원 과정에서 매우 큰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왔다. 일본은 독일을 본받아 과거의 반인륜적 행위를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또한 배상 문제를 단순히 자본으로만 해결하려는 방안은 삼가야 한다.

 

한일 간 역사 화해를 이룰 방법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 간의 마찰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는 우호적 관계인 독일과 폴란드 또한 독일이 1970년에 폴란드의 오데르-나이세 국경지대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서로 적대적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을 비롯한 한일 간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한일관계를 개선해 양국이 얻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상호이익을 고려한다면 역사적 한계를 극복하고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의 정부가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민간 차원에서 공동의 역사 인식을 두고 화해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송규진 교수.
ⓒ송규진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