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채연 기자 (bungssa21@g.skku.edu)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개혁 필요성 대두돼

세대 간 형평성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젊을 때 납부하고 노후에 찾아 쓰는 보험, 바로 국민연금이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이 2055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전망치가 공개된 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소진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연금 개혁이 당면한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알아보자.

국민연금: 32년 후에 고갈됩니다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이하 재정추계위)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잠정치(이하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55년 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특히나 예상 고갈 시점이 20184차 재정계산 때(2057)보다 2년 당겨져 더욱 화제가 됐다.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시행된 사회보장제도로서 노령 주 소득자의 사망 장애 등으로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된 경우 급여를 지급해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약 622만 명의 고령층이 월평균 53만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았다. 노령연금이 가장 대표적이며, 본 기사는 급여의 종류 중 노령연금을 주되게 다루고 있다. 국민연금은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인 소득이 있는 국민을 강제 가입자로 하며, 60세 이상의 특정 연령이 되면 수급자로 규정하고 있다.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워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게 수급 자격이 주어진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기금을 모으고 이를 수급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일부 국민은 강제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무원연금과 같이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한 수급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기금고갈의 대표 원인으로는 심화된 저출생과 고령화 현상이 지목된다. 출생률은 감소해 보험료를 부담할 가입자는 줄어드는 반면, 수명의 증가로 수급자는 늘어나 기금이 점차 감소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연금 개혁의 핵심,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연금 개혁은 누가 얼마만큼 받고 내는지에 관한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조정을 통해 이뤄진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수급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비율로, 수치가 올라갈수록 노후생활의 보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도입 이후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걸쳐 총 두 차례의 개혁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췄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소득대체율을 200850%로 인하하고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두 개혁 모두 소득대체율을 낮춰 수급액을 적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고갈에 대비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월 소득의 9%(사업장가입자의 경우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나눠 부담), 소득대체율은 40%이다. 2021년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국민노후보장패널 9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소 노후 생활비로 개인은 월 1243,000원이 필요하지만, 월평균 연금액은 약 53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최소 노후 생활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뒷받침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주은선 교수는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취지를 이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금 개혁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데에는 보험료율이라는 문제가 작용한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대체로 보험료도 증가하게 되는데, 보험료가 상승하는 만큼 가입자들의 납부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충남대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는 필요하나 보험료 부담에 대한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추계 발표 이후 연금 개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개혁에 관련된 기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7~28일 이틀에 걸쳐 국민연금 개혁 초안을 다루는 회의를 열었다.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였으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과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안이 제시됐으나 합의 불발로 초안이 마련되지 못했다.

 

미래세대가 책임질 보험료, 완만한 증가가 필요해

보험료율 증가에 대한 국민의 정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4년에는 보험료 납부 거부 운동인 안티 국민연금사태가 일어났다. 정부가 연금 개편을 통해 보험료율을 9%에서 15.9%로 올리려 하는 데에 대한 반발이었다. 결국 보험료율은 9%로 동결된 채 개혁이 마무리됐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보건복지부의 연금 개편안이 모두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내용임이 밝혀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 등을 주장하는 글이 150건 넘게 올라왔다. 이후 제안된 개편안은 사회적 합의 등의 이유로 반려되며 단행되지 못한 바 있다.

보험료율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인 편이지만, 그럼에도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정추계위는 2093년까지 기금 소진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2025년 최소 보험료율을 17.86%까지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320만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571,520원의 보험료를 내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은 인구나 경제적 변화를 배제한 이론적 전망치로, 실제 보험료율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겨레가 지난해 8~10월 주최한 국민연금 개혁 전문가포럼에서도 연금 전문가 16명 중 12명이 10~11%, 4명이 12%로의 보험료율 인상에 찬성했다. 정 교수는 급격한 인상보다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원만한 보험료율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2055년에 65살인데받을 수 있나요?

보험료율 부담에 이어 기금고갈로 연금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청년들의 우려 또한 속출하고 있다. 기금고갈의 원리는 국민연금의 지급 방식인 적립식, 부과식과 관련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쌓아둔 기금에서 매년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식을 채택하고 있다. 적립식은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자금을 모아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보험료 수입에 비해 수급액 지출이 많아지면 고갈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반면 부과식은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지급한다. 우리보다 이른 시기에 국민연금을 도입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공공연금이 부과식으로 운용되기도 한다. 독일이나 스웨덴은 연금 시행 초기 적립식이었지만,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수급자 규모가 커지면서 결국 부과식으로 전환했다. 이들 국가는 지급 방식을 바꾸는 일에만 안주하지 않고 수급 연령을 늦추는 등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설령 기금이 고갈될지라도 부과식을 통해 연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부과식으로 변경한다면 그해 수급한 보험료에 추가 세금을 더해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 방안 연구에서는 공적연금이 도입된 지 80년이 지나 성숙한 상태였던 독일, 스웨덴와 달리 국민연금은 30년도 채 넘지 못했기에 제도가 전환된 사회적 배경에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적립식과 부과식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당 논의의 출발점이었던 기금고갈과 수급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 당시,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은 어떠한 방식이든 국가가 연금 지급을 책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두가 복지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외에도 국민연금 사각지대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연금 가입 혹은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가입 기간이 연금 수급의 최소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국민연금을 수급받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 중 공적연금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사각지대에 처한 인구는 약 850만 명으로 파악됐다.

한편 그동안 국민연금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가입자 기준을 확대하고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지원, 출산·군 복무·실업 *크레딧 도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왔다. 그 결과 2020년 말 기준 가입자 2,211만 명을 기록하며 가입자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처한 인구 비율로 미뤄 본다면 국민연금이 전 국민의 충분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주 교수는 출산과 군 복무, 플랫폼 노동 등 가입 기간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도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누구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조정을 통해서 충분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크레딧: 특정 대상자들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