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세현 기자 (eva3661@naver.com)
일러스트|서여진 기자 duwls1999@
일러스트|서여진 기자 duwls1999@

 

BNPL, 국내 여러 플랫폼에 차례대로 도입돼
과도한 부채에 대한 우려도 있어

이미 MZ세대에게는 귀에 익은 ‘플렉스’. 플렉스뿐만 아니라 한꺼번에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많이 사는 ‘하울’이나 새로 구매한 제품을 개봉하는 ‘언박싱’ 등 젊은 층에 서는 소비지향적 문화가 유행 중이다. 가격대가 높은 백화점에서도 2030의 소비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개점한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1년 간 2030의 매출은 전체의 50.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를 지탱하기 위한 돈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인 BNPL이 젊은 층의 플렉스에 일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혁신의 핀테크 Buy Now, Pay Later!
BNPL은 ‘Buy Now, Pay Later’의 줄임말로 최근 스웨덴에서 등장한 선결제 후 지불 서비스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후불결제나 나중결제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와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에 도입됐다. BNPL 업체는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 즉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BNPL 업체는 가맹점에 대금을 대신 결제하고 이후 소비자에게는 물건 구매 대금만을, 가맹점에게는 가맹수수료를 받는다. 소비자의 결제 대금이 연체될 경우 소비자에게 이에 대한 연체 수수료를 받아 손실에 대비한다.

현금 없이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 대금은 나중에 납부한다는 점에서 BNPL은 신용 카드 결제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신용카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할부 이자와 카드 이용 수수료가 별도로 발생한다. 이와 달리 BNPL에서는 기존에 소비자가 부담하던 수수료가 가맹점에 집중된다. BNPL 방식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는 대략 2.5~4%로 일반적인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보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가맹점들이 BNPL 을 도입하는 이유는 BNPL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BNPL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다. 미디어 리서치 기관 페이먼트 (PYMNTS)와 AWS 파이낸셜 서비스의 공동 조사 결과 약 1억 1100만 명의 미국 소비자가 BNPL 사용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현금 구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소비자들이 BNPL을 통해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가맹점의 수익이 올라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만 75만 건이 넘는 BNPL 거래가 승인됐고 1년 사이 서비스의 사용량은 약 400% 증가했다. 이처럼 BNPL은 가맹점의 매출액 증대와 소비자 후생 극대화의 수단으로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에서 네이버 페이 가입자 일부를 대상으로 지난해 4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월 한도 30만 원으로 BNPL을 운영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작년 말 기준 가입자 수만 27만 명, 누적 거래금액은 330억 원 규모에 달하며 20대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40%를 차지했다. 이처럼 특히 젊은 층에서 BNPL의 수요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도 BNPL 서비스를 오픈했다. 토스페이를 선택할 경우 월 최대 30만 원의 한도 내에서 별도의 수수료와 이자 없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파일러를 위한, 신파일러에 의한
신용카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금융 이력을 토대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해 카드를 발급하고 카드의 한도를 설정한다. 따라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주부와 같은 *신파일러(Thin Filer)들은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신용카드 발급이나 저금리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반면 BNPL의 경우 신파일러를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신파일러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때 활용되는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이 대안 신용평가모형이다. 대안 신용평가모형의 경우 통신정보, 쇼핑 이용 내역, SNS 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개인의 신용을 평가한다. 통신비를 미납하거나 연체한 이력이 없는 경우 개인의 신용점수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식이다.

지난해 12월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 캐피탈과 함께 자사 플랫폼 소속 소상공인을 위해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해당 대출 상품에서는 자본금이나 누적 매출액 대신 매출 흐름과 단골 고객의 비중, 고객 리뷰 등의 정보를 대안 신용평가모형에 입력해 신청자의 대출 한도를 결정한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누적 대출 약정액 500억 원을 기록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이군희 교수는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하면 신용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소외된 신파일러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 이상적인 포용적 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미래의 잠재 고객을 선점한다는 측면에서 득이 된다”고 전했다.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신용평가모형의 정확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도 대안 신용평가모형의 장점이다. 기존 은행은 1년에 서 2년 주기로 신용평가모형을 갱신한다. 반면 대안 신용평가모형은 하루에도 방대한 양의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가 즉각적으로 반영돼 신용평가모형의 정확도가 빠르게 향상된다. 이 교수는 “대안 신용평가모형에 사용되는 데이터들은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필터링 기술이 요구된다”며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가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하므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즉각적인 업데이트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안 신용평가모형은 이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도나 신용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AI 기법으로 통용되는 다양한 기계학습, 딥러닝 등의 최신 기술들이 적용되며 결과적으로 현재 대안 신용평가모형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대안 신용평가모형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존의 신용평가모형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기존의 신용평가모형은 수십년 동안 진화돼 상당히 발전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존 모형의 완전한 대체는 아직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기존의 신용평가 모형이 하고 있는 자산 건전성의 점검, 대출 이자율에 대한 설정 등 우량과 불량을 구분하는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부채를 부르는 외상 거래
Buy Now, Panic Later?

국내 플랫폼들의 BNPL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BNPL은 과도한 부채의 증가를 야기할 위험이 있어 ‘Buy Now, Panic Later’라 불리기도 한다. 핀테크 스타트업 크레딧 카르마의 조사 결과 BNPL 사용자의 3분의 1이 대금결제 시기를 놓쳤고 그중 72%는 신용도가 하락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연구에 따르면 BNPL 고객의 5명 중 1명은 연체를 하고 있으며 연체 이자는 2018년 대비 2019년에 38% 증가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BNPL 의 이용률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과소비와 부채 증가의 문제의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전망도 있다.

소비자들이 BNPL을 신용 상품이 아닌 IT 결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 역시 문제다. 대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연체 수수료 부과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스웨덴은 지난해 7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BNPL 결제를 기본 지급 수단으로 여기지 않도록 일반결제 옵션보다 먼저 설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영국 광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소비자에게 BNPL이 신용 상품임을 이해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무이자 할부 결제만 강조해 리스크가 없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광고 등에 대한 제한이 포함됐다.

BNPL, MZ세대의 소비 흐름을 주도할까
현재 국내에서 BNPL은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특례를 받은 일부 플랫폼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호주, 영국 등의 국가에서 BNPL이 스타트업의 주도하에 발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 국내의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가 후불 결제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후불 결제 서비스에 대한 규제 특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미 BNPL이 상용화된 해외 시장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BNPL이 활성화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 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후불 결제는 분할 납부 기능이 없고 금액도 소액이라 해외와 같은 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BNPL의 최대 이용자로 꼽히는 20대들은 BNPL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드러냈다. 김보경(경제 18) 학우는 “BNPL 서비스가 국내에도 시작된 건 몰랐지만 신용카드보다 혜택이 좋다면 사용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홍세원(정외 18) 학우 는 “수수료와 할부 이자가 없다는 점에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BNPL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민주(경제 18) 학우는 “BNPL은 신용 등급이 높지 않은 대학생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하지만 신용카드와 비슷하게 부채가 생기는 느낌이라 당장 사용할 생각은 없다”며 BNPL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