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서현 기자 (8forgerrard@naver.com)

저조한 참여율로 학생자치 어려움 겪어
학우와 학생회 모두의 노력 필요

 

학우들의 무관심 속에 학생자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가 단선으로 치뤄지고, 출마하는 사람이 없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구성되기도 한다. 학생자치가 마주한 현실에 대해 알아봤다.


 

비대위 체제로는 업무 수행에 한계 있어
현재 일부 단과대와 학과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대위는 학생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구성되는 자치기구로 학생회보다 제한된 권한을 가진다. 단과대 단위에서는 △문과대학(이하 문과대) △유학대학 △자연과학대학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며 모두 이번 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사범대학 역시 비대위로 운영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새로운 학생회가 출범했다. 학과 단위에서는 영어영문학과와 한문학과 등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며 일부 학과에서는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다.

비대위 체제의 가장 큰 한계는 독자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2020년 1학기부터 3학기 간 영어영문학과 비대위원장을 지낸 송민경(영문 19) 학우는 “학생회와 달리 비대위는 회비를 걷지 않는다”며 “그로 인해 간식 배부 등 학과 차원의 행사를 준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학생회보다 축소된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단과대 비대위는 주로 단과대 소속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다. 서재영(철학 21) 문과대 비대위원장은 “현재 문과대 비대위원은 16명으로, 30명 정도로 구성되는 단과대 학생회에 비해 적은 편”이라며 “비대위 업무와 학과 학생회 업무를 병행하는 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과 단위 비대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번 학기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용학과 학생회 SKKU Dance 김혜민(무용 19) 회장은 학생회 출범 전까지 비대위에서 활동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부서별로 나눠 수행했던 모든 업무를 부비대위원장과 둘이서 도맡아야 했다”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밝혔다.


멀고도 험한 학생회 출범
학생회 출범 시 비대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거가 단선으로 진행되며 후보자간 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단과대 학생회 선거는 건축학과와 경영대를 제외하고 모두 단선으로 치러졌다. 이에 대해 이정빈(행정 18) 학우는 “단지 학생회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이유로 투표하기도 한다”며 “학생회의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지지 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학생회장단이 다음해 학생회 출마자를 구하려 애쓰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사과대 소속 학과 학생회장이었던 A 학우는 주변 학우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학기 학생회 출마를 권유해야 했다. A 학우는 “학생회에 참가하려는 학우가 거의 없어 올해 학생회 운영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됐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따른다. 투표율 확보가 가장 큰 문제다. 학생회칙상 개표를 위해선 투표율이 50%를 초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오프라인 부스를 운영하고 추첨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부분의 단과대와 학과는 50%를 조금 웃도는 최종투표율을 기록한다. 

참여율 저조해 행사 무산되기도
학생회가 출범했더라도 이후 진행하는 행사에서 학우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 학기 일부 학과에선 학우들의 참여율이 낮아 개강총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개강총회는 새롭게 출범한 학생회를 소개하고 예산안과 학생회칙 개정을 의결하는 학과 행사다. 만약 학우들의 참여율이 낮아 학생회칙이 정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예산안과 회칙을 의결할 수 없다. 이 경우 학생회는 계획한 사업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학기 사회학과 학생회 SO:UND(회장 호재민)는 개강총회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차례 학우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참여 시 소정의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최소 인원을 확보할 수 없어 개강총회는 미뤄졌다. 호재민(사회 20) 회장은 “참석하지 못하는 학우들의 의결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자치 공백은 학우의 불편함으로 돌아와
학생자치에 대한 무관심의 원인을 묻자 학우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박주형(행정 18) 학우는 “학생회의 공약이 매번 반복된다는 느낌이 든다”며 “학교 생활에 크게 도움을 주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장예은(러문 19) 학우는 “학생회 활동이 취업 등 현실적인 문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져 학우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우들의 무관심으로 인한 학생자치의 공백은 결국 학우들의 불편함으로 돌아온다. 3년째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영어영문학과의 김재형(영문 19) 동문은 “학생회가 없으니 학과의 공지사항을 전달받기 어려웠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학교 측에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어영문학과는 전공페어에 불참하는 등 학과에 진입하는 학우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체된 학생 자치를 되살리기 위해선 학우와 학생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제54대 인사캠 총학생회 Spring 장필규(영상 17) 회장은 원활한 학생자치를 위해 “학우들이 학생회의 효능감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우들은 학생자치에 목소리를 내고 학생회가 잘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과대학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추천인 서명을 받는 모습.
사진|이서현 기자 standuph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