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시를 쓰는 것은 기도하는 것이었다. 입을 막아도 쏟아져 나오던 이야기들은 독자 없이도 꿋꿋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 닿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는 것을 보면 조용하게도 응답을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사랑하는 것은 많으나 가장 사랑하는 것이 없어, 그렇게 아껴둔 마음에는 늘 먼지만 한가득하다. 꿈을 묻는 다정한 질문만큼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어설픈 사람을 앞에 두고도 수많은 물음표를 접어둔 채 하염없이 기다려주는 가족, 친구, 선생님,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책을 읽느라 공부를 미루던 고등학생은 사람이 사랑하는 삶을 알고 싶어 문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이 마음은 지난 몇 년간 잦은 후회와 이탈로 빛이 바랬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므로 더 이상의 근심은 없다!

지나버린 어제들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어도 그것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대견할 따름이다.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착각과 오해와 편견이 보이기 시작했고, 모든 것을 벗겨낸 내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나를 뺀 세상으로 눈을 돌렸다. 시를 쓰는 일은 쉽게 괴롭다. 눈앞에 죽은 목소리들이 툭 떨어질 때마다 이번에도 내가 범인이 아닐지 전전긍긍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 아래 좋아야만 했던, 좋아질 수 없는, 좋아지지 못한 목소리를 얼마나 많이 죽여 왔는가. 그들을 모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는 다짐을 한참 늦은 이제야 한다.

무엇이든 해보세요, 이 상이 여전히 어설픈 나에게 건네는 말인 것 같다. 세상으로부터 빌린 말들을 돌려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