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기저질환과 식품 알레르기 등 못 먹는 이유는 다양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가 미흡한 곳도 있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뜻하는 ‘식도락’이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접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못 먹는 게 많은 사람은 종종 서러워진다. 식단에서 이것도 빼고, 저것도 빼고……. 그저 취향 문제라면 간단할 수도 있는 고민이 건강과 연결되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제로칼로리 음료의 두 얼굴, 당과 나트륨
대한당뇨병학회는 코카콜라 제로와 나랑드 사이다 등의 제로칼로리 음료를 당뇨병 환자도 섭취 가능한 식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로칼로리 음료는 영양소의 1회 제공량 기준 당류 및 지방·포화지방 등의 함량이 0g인 경우를 말한다. 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혈당 수치 때문에 음식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당뇨병 환자에게도 수요가 있다. 일반 콜라의 당류 함량은 26g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하루 적정 섭취량(25g)을 초과하는 수치다. 중증 당뇨병 환자가 콜라 한 캔을 마시면 혈당 수치가 위험 수위로 높아지지만, 제로칼로리 음료를 마시면 당 섭취에 대한 부담 없이 탄산음료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나트륨 함량이 일반 제품에 비해 높은 제로칼로리 음료도 있다. 펩시콜라 제로는 나트륨 함량이 일반 제품의 6배에 달한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혈압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합병증으로 신장 질환을 앓는 경우 더욱 문제가 된다. 일부 환자들에게 제로칼로리 음료가 완전한 대체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편식이 아니라 알레르기입니다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으로 인해 특정 식품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흔한 사례다. 국내에는 유당불내증 때문에 △락토프리 △저지방 △아몬드 우유 등을 마시는 경우가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기저질환뿐 아니라 특정 식품을 먹었을 때 △가려움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의 반응을 보이는 식품 알레르기 역시 식품 섭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식품 알레르기 환자의 비율은 아동의 경우 약 10%에 달하며 알레르기 원인으로는 계란·우유 등이 가장 흔하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는 “성인의 경우 검사를 진행했을 때 알레르기로 밝혀지는 비율은 3~5% 내외”라며 “성인이 돼 점차 나아지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알레르기 원인 역시 아동과 달리 게·새우 등의 갑각류나 견과류가 많다. 생새우 알레르기가 있는 김지유(22) 씨는 “생새우나 덜 익힌 새우를 먹으면 목과 입술이 붓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식품 알레르기가 심각한 경우, 소량을 섭취해도 즉각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 유발성분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빠른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박 교수는 “혈관이 확장되며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호흡 곤란이 오는 경우가 가장 심각하다”며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면 본인이 응급처치 등의 대처법을 준비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 성분 표시는 어디로?
기저질환과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기호에 따른 식품 선택과는 달리 해당 음식의 섭취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식품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제도’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성분이 포함되거나 같은 곳에서 제조되는 경우 제품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음식점에서 조리하는 식품은 메뉴판에 성분 표시가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의 경우에도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는 알레르기 유발성분을 확인할 수 없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기호식품을 조리·판매하는 업소는 배달앱에서도 알레르기 유발성분을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규제를 받는 28개 프랜차이즈 업체 중 성분 표시 규정을 준수한 곳은 10.7%에 불과했다. 권고가 내려진 후에도 여전히 알레르기 유발성분을 표시하지 않는 영업점도 있었다. 김 씨는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만큼 관련 규정이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회피해야 한다면 자세히 알고 피합시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이란 특수한 건강상 상태에 있는 사람의 영양 섭취를 위해 별도로 제조된 식품을 말한다. 소비자의 절대적 수요는 적지만 당사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제품으로 유아를 위한 특수분유가 대표적이다. 매일유업에서 생산하는 앱솔루트 라인은 유당불내증 등으로 인해 일반 분유를 섭취할 수 없는 유아를 위한 국내 유일의 의료용 특수분유다. 또한 지난해 특수의료용도식품의 분류 기준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당뇨 △신장 질환 △장 질환 등의 환자를 위한 특수식품 규격이 새롭게 신설됐고 고령층을 위한 규격도 추가됐다. 그러나 식품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아직 개발된 바 없다. 서울과학기술대 식품공학과 김지연 교수는 “일반적인 알레르기의 경우 과민면역반응을 완화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출시되기도 한다”며 “식품은 알레르기 유발성분을 표시하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회피하면 해결되고, 소비자의 수요도 적어 대체식품 개발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식품 알레르기 환자는 본인이 주의를 기울여도 해당 식품을 실수로 먹게 될 수 있다. 알레르기 유발성분 전부가 고지되지 않거나, 조리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 사고 내용을 보면 해당 성분을 직접 섭취하지 않아도 음식에 소량 포함됐거나, 성분이 포함된 음식과 같은 도구를 사용해 조리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단순히 특정 식품만 회피하기보다는 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기저질환=어떤 질병의 원인이나 밑바탕이 되는 질병.

펩시콜라와 펩시콜라 제로의 영양성분.
펩시콜라와 펩시콜라 제로의 영양성분.
시판되는 락토프리 우유.
시판되는 락토프리 우유.
식품에 표시된 알레르기 유발성분 및 제조처 안내.사진|손재원 기자
식품에 표시된 알레르기 유발성분 및 제조처 안내.
사진|손재원 기자 magandsl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