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이화 (exhwa@skkuw.com)

 

체험기 - '마켓컬리 물류센터' 새벽 배송 아르바이트

포장에서 운반까지 모든 과정이 낮은 온도로 유지돼
종종 작업 속도를 올리면 좋겠다는 방송 나와

새벽배송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새벽배송이 늘어나며 물류센터의 일자리도 자연스레 늘었다. 새벽배송 물류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지난 6일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을 도입한 마켓컬리의 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 아르바이트를 체험해봤다. 김포 물류센터 냉장 R팀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20분까지 일했다. 

“아직 학생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여기서 일할 생각을 했어요?” 사당역에서 함께 셔틀버스를 탄 사원이 물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라고 말하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마음 한쪽에는 괜한 긴장감이 들었다. 냉장 업무는 추울 수 있으니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한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류센터에 도착하니 20여 대의 셔틀버스에서 많은 사람이 하차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따라 건물 입구에서 체온 측정 및 손 소독을 하고 들어가 안전화로 갈아신은 후, 냉장 R팀 출근 장소인 2층으로 이동했다.

2층에는 4명의 관리자가 출근 절차를 안내했으며 방역 담당자는 따로 있었다. 중간중간 “거리두기 지켜주세요, 안전화 갈아신고 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2층 입구에서는 ‘컬리웍스’란 앱을 이용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절차를 마치고 줄을 서자 안전준수서약서와 출근부, 교육참가자 명단에 서명하도록 안내받았다. 안전준수 서약서는 한 페이지 가득 내용이 채워져 있었지만 서명을 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이어져 있어 서약서를 자세히 읽기는 어려웠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담당자는 신입 사원들을 대상으로 작업환경에 대해 설명해줬다. 마켓컬리는 입고에서부터 포장, 운반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 상품의 보관 온도를 철저하게 유지하기 위해 포장 역시 냉장·냉동 창고에서 각각 이뤄진다. 담당자는 “일하게 될 작업장 온도는 약 3~5도 사이로 외투가 없는 사원에게 외투를 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도 대여 가능했다. 안전 유의사항도 설명해주긴 했으나 철제 구조물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 관리자에게 바로 응급조치를 요청하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화재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요령에 대한 교육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는 ‘피킹’ 업무를 맡았다. 피킹은 마트에서 카트에 물건을 담듯 창고에 분류별로 나누어져 있는 물건들을 찾아서 가지고 오는 업무다. 휴대 정보 단말기(이하 PDA)에 적힌 구역으로 이동해 물건을 찾아 PDA에 적힌 개수만큼 제품을 상자에 담는다. 다 담으면 5~6개의 상자가 채워지는데 이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리면 된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상자는 다음 작업 구역으로 이동한다. 식사 시간 60분과 쉬는 시간 10분을 제외하고 피킹 업무가 끝나는 12시 20분까지 앞선 과정을 반복했다. 일은 단순했지만 낮은 온도에서 상자를 들고 계속 움직이다 보니 더워져 패딩을 벗고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작업장 분위기는 위계가 있고 딱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친절하고 자유로웠다. PDA를 통해 누가 어떤 상자를 담당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연계 책임의 부담이 없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 형성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접적인 통제는 존재했다. 화장실에 갈 때는 ‘작업 중지’ 버튼을 반드시 눌러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PDA에 기록하도록 했고, 식사 시간이나 휴게시간이 끝나고 5분을 넘긴 이후부터는 시스템에서 지각한 시간을 측정해 임금을 삭감했다. 또한 두세 시간에 한 번씩은 “속도를 조금 올려주면 좋겠다”는 방송이 울렸다. 오후 9시 30분쯤에는 “지금 11명이나 화장실에 가 있어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며 “지금부터는 화장실 가는 걸 자제해달라”는 방송이 울리기도 했다. 

피킹 작업의 막바지로 갈수록 작업 속도를 올리면 좋겠다는 방송은 잦아졌다. 피킹 작업을 마친 후에는 아직 작업을 마치지 않은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 뒷정리를 도와야 했다. 기자는 포장 작업을 하는 곳으로 이동해 30분간 연장근로를 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사당역으로 돌아온 후 심야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켰다. 
 

물류센터에 가기 위해 탑승한 셔틀버스.
사진ㅣ김이화 기자 exhwa@
물류센터 내 방역 지침 포스터.
사진ㅣ김이화 기자 exhwa@

 

저녁 식사로 제공된 것.
사진ㅣ김이화 기자 ex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