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주택 시장의 부실함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어져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부도 발생 가능성은 낮아

2008년 9월 15일 월요일, 세계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의 주가는 0달러였다.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된 것이다.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이 사태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안일한 월가의 대처와 그로 인해 집과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 영화 <빅쇼트>를 통해 부동산 금융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나아가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시장까지 살펴봤다. 

금융 활동의 중요한 자산, 부동산
부동산을 활용한 금융인 부동산 금융에는 △주택담보대출 △프로젝트금융 △리츠 등이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보편적인 부동산 금융이며 주택공급자들에게는 프로젝트금융,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등의 상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이란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이러한 주택담보대출의 대출금액은 LTV(Loan to Value Ratio)와 DTI(Debt To Income)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LTV와 주택담보 대출에서 채무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뜻하는 DTI를 고려해 대출금액이 결정되는 것이다. 프로젝트 금융이란 특정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부동산 금융으로, *민자고속도로가 그 예다. 리츠란 부동산투자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후, 투자수익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부동산 금융의 한 종류다.

주택담보대출,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되다 
영화 <빅쇼트>는 이 중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다. 저소득층과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주 고객이었다. 당시 주택은 절대적으로 안정된 자산으로 위험성이 매우 낮다고 여겨졌다. 이에 은행과 대출 기관은 채권을 판매해 수수료를 얻기 위해 대출 조건을 무리하게 낮춰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했다. 실질적으로 돈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경우까지도 대출을 승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주택가격의 상승률이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출 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에 대출자가 파산하더라도 대출금이 주택가격으로 보전돼 금융 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였다”며 거래량이 대폭 증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부채담보부증권이 기름을 끼얹었다. 영화에서는 부채담보부증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먼저 두 사람 A, B가 내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뒤에 있는 사람 C, D가 A가 이길 것이라고 내기를 한다. 그 후에 또 C, D 뒤에 있는 사람 E, F가 C가 내기에서 이길 것이라는 내기를 한다. 즉 채권자가 갚아야 할 부채를 담보로 증권이 발행되는 것이다. 이후 미국 정부의 저금리 정책 중단으로 금리가 인상되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파산이 이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의 대출이 줄줄이 연체됐고, 이 영향으로 사람들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과 금융 기관이 연이어 파산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주택 시장의 위험성과 부실함을 예견한 주인공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공매도하고 신용부도스와프를 이용했다. 공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주식 중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미리 파는 것으로, 실제로 해당 주식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이익을 본다. 영화 제목인 <빅쇼트> 또한 공매도의 영어 단어인 ‘short stock selling’의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주인공들은 신용위험을 거래하는 파생보험상품인 신용부도스와프를 이용해 주택시장의 부도에 대해 금융회사에서 투자원금을 받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다만 지역별 시장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 영향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현재와 미래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상황은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은 주식과 같은 다른 금융상품의 변동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미국 등의 경우 훨씬 큰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 서진형 회장은 “부동산 가격이 10%~20%씩 극단적으로 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LTV 한도를 완화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 교수는 “현재 서울 지역의 경우 LTV 한도가 40%~50% 수준으로, 집값이 절반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금융 회사의 파산 가능성이 작아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저소득, 저자산가들이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경우 현재보다 규제를 완화해 주거 복지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자고속도로=민간 자본이 투입돼 건설된 고속도로.
 

주택 시장의 위험성에 대해 논쟁하는 등장인물들. 영화 속 대부분의 금융업 종사자들은 그 당시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았던 주택 시장의 위험성을 역설하는 주인공의 말을 불신했다.
주택 시장의 위험성에 대해 논쟁하는 등장인물들.
영화 속 대부분의 금융업 종사자들은 그 당시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았던 주택 시장의 위험성을 역설하는 주인공의 말을 불신했다.
ⓒ영화 <빅쇼트>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