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자
잘 웃자
  • 성대신문
  • 승인 2021.04.26 17:17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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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필자가 어릴 때에는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웃음은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함께 웃다 보면 어느덧 이제까지 둘
갈라놓던 섭섭함이나 분노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자연스레 정이나 연대감이 생겨난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쓴 영원한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이면서 인간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웃음을 터부시하고 억누르려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소재로 전개된다. 웃음을 인간을 천박한 정념의 노예로 만드는 위험한 행위라고 여기는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 윌리엄 베스커빌은 웃음이야말로 인간존재의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과연 웃음이 그렇게 사람들을 이어주고 함께 잘 살도록 도와주기만 할까? 한동안 일본에서 건너온 이지메라는 말이 언론에서 자주 들린 적이있다. 요즘은 왕따라는 말로 대체된 것 같다. 내용은 같다. 누군가를 타깃으로하는 웃음이다. 함께 웃는 사람들은 공격하는 집단에 속한다.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함께 웃을 수 없다. 웃음이 사람들을 나눈다. 하나는 공격하는 자, 다른 하나는 공격받는 자. 공격의 대상은 다양하다.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부터 자국 혹은 다른 나라의 정치지도자, 학급이나 같은 직장의 동료까지 모두가 웃음의 대상, 곧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웃음에 의한 공격은 때로 논리적인비판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넘어서기 어렵다. 논리적인 공격은 맞서 따져보기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웃음은 그렇게 논리적인 것이 아니다. 그냥 어떤 사람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웃는다는 것에 대해 따지고 들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정색을 하며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싸워보기도 힘든 웃음들
에 의해 둘러싸여 공격받는 사람들은커다란 고립감, 심지어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웃음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런 비난조의 웃음이 항상 고립감과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권위주의적인 정치지도자에 대해 사람들이 잘 동원하는 무기도 웃음이
다. 그런 웃음은 소극적 저항이며, 약자들의 웃음이다. 웃음의 타깃이 되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이 그런 유머와 웃음 때문에 유난히 공포를 느끼지도 않는다. 아마 그들이 느끼는 것은 분노에 가까울 것이다.

한편 민주주의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터부시되어야 할 그런 유머와 웃음도 있다. 소수집단이나 약한 사람들을 타깃으로 생산되는 그런 유머와 웃음이다. 발달된 민주주의는 재산, 교육 기타 어떤 다른 조건에 의해서도 기본적인 인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다른사람과 동일하게 취급받을 권리이다.)이 제약받지 않는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사회에 약자는 엄연히 존재한다. 재산 조건 때문에 사회관계에서 약자가 되기도 하고 다른 이유로 약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약자들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때, 그 웃음은 살을 베고 뼈를 끊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사회생활에서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 못지않게 웃음도 중요하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답게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웃음 속에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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