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철현 기자 (gratitude@skkuw.com)

반촌사람들 - 명동돈까스 최영수·백승림 사장 부부

좋은 재료로부터 좋은 음식 나와
돈가스, 위기 극복하게 해준 음식

반죽 옷을 입힌 고기를 기름에 담그자 고소한 소리가 가게를 채웠다. 돈가스 가게가 몰려있는 자과캠 후문의 골목에서 ‘명동돈까스’는 8년째 꾸준히 튀김 꽃을 피워내고 있다. 지난 21일 가게에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두 명의 학우가 있었다. 그들 옆에서 최영수(69·사진), 백승림(67) 사장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부부는 2004년 수원시 호매실동에서 냉면 전문점을 열었다. 포부만큼 크게 시작했지만,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냉면이 한 철 장사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경험이 부족했어요.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빚을 지고 결국 집도 팔았어요. 힘든 시간이었죠.” 그들이 돈가스를 택한 데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가게를 새롭게 꾸몄다. 그때부터 우리 학교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성대 학생이 우리 돈가스를 먹었나 봐요. 언젠가부터 학교에서 배달주문이 끊이질 않았어요.” 배달 업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그들은 율전동으로 가게를 이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자과캠 학우면 알만한 지금의 ‘명동돈까스’가 됐다. 현재는 홀에 오는 손님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백 씨는 불쑥 냉장고에서 실한 사과를 꺼냈다. 그는 사과가 생과일 소스의 주재료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굵은 사과를 사용해야 소스에 향이 제대로 밴다”고 설명했다. 냉장고 옆으로 그가 가리킨 주방 위에는 손질된 사과 조각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가공된 소스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 힘들어도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말을 이어받으며 “냉동육이 아닌 생고기를 사서 직접 다지는 등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든 원재료는 주방에서 음식으로 다시 태어난다”며 웃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달걀흰자만을 사용하며 기름도 자주 간다는 그의 설명 속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났다.


식사를 하는 두 명의 학우 중 한 명은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마침 백 씨는 한 외국인 유학생을 떠올렸다. “한 학생이 고향으로 귀국한다고 들렀어요.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입맛이 맞지 않아 고생했는데, 우리 식당 음식이 입에 맞아 좋았더래요. 그날은 음식값을 받지 않았어요.” 이어 그는 “어떤 학생은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맛집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고 갔다”며 학우와의 일화가 재밌고 기분도 좋아진다는 소감을 말했다.

추천메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 씨는 메뉴판에서 ‘돈새우까스’를 가리켰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기본메뉴인 ‘돈까스’이지만 ‘돈새우까스’는 가성비가 좋은 메뉴에요. 왕새우가 세 마리 들어가는데 책정된 음식 가격을 고려하면 새우는 서비스에 가까워요.”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알아주는 사람만 알아주더라도 항상 성심껏, 양심껏 감사한 마음으로 대접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가게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건물 자체도 오래됐지만, 가게를 이전할 때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 최 씨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멋모르고 시작했던 장사로 위기를 겪었지만 학생들이 여기로 우리를 불러줘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던 돈가스가 이제 내 삶이 됐다”고 말했다. 부부는 짐을 정리하는 기자에게 돈가스를 내오려고 했다. 마음만을 받은 채 여느 식사 시간에 찾아오겠다고 약속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최영수 사장
최영수 사장
자과캠 후문 앞에 있는 '명동돈까스' 전경.
자과캠 후문 앞에 있는 '명동돈까스'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