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주 기자 (ssbx@skkuw.com)

상대성이론, 양자중력이론 이해 위한 밑거름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 블랙홀과 우주 시작의 특이점 존재 밝혀내

 

"발밑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보라."

6년 전 런던 하계 패럴림픽에서 스티븐 호킹이 한 말이다.
스티븐 호킹이 고개를 들어 본 '별'은 우주에 대한 연구였다.

우주에 일생을 바친 그가 일궈 낸 이론들과 그 배경을 살펴본다.

우주의 별이 된 스티븐 호킹
지난 14일, 21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타계했다. 아마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의 모습은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그는 스물한 살부터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루게릭병)을 앓았다. 그는 팔다리를 사용하지 못해 글씨도 쓸 수 없고 다른 기계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물리학의 수식들을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해결하며 연구했다. 컴퓨터가 장착된 특수 휠체어를 타고 뺨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내는 컴퓨터의 언어 합성기로 소통하며, 강의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결국 그는 우주론 연구와 양자중력이론 발견 등 학문적 업적을 남겨 ‘우주의 대가’라 불리며 여러 나라에서 많은 상과 명예학위를 받았다.

패러다임의 교체를 이뤄낸 특수상대성이론
스티븐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을 결합한 최초의 물리학자다. 양자중력이론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스티븐 호킹의 가장 대표적인 업적 중 하나다. 서울대 천체물리학부 오세정 명예교수는 “상대성이론에 대한 이해는 양자중력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며 상대성이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상대성이론이란 아인슈타인이 고안한 이론으로 빛을 다루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중력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상대성이론이 발표되기 이전, 우리 세계를 지배하던 뉴턴의 이론에 의해, 속도는 측정 기준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는 당연히 빛도 측정 기준에 따라 다르게 측정될 것이기 때문에 빛의 속도도 상대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 말이 성립한다면 기존에 검증된 ‘빛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맥스웰의 주장과 상충한다. 아인슈타인은 상충하는 두 이론의 조화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은 절대적이라는 ‘절대시간’의 개념을 부정하며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 교수는 “이는 당시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을 깨는 아주 대단한 발견이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 결론은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거리=속도*시간’이라는 간단한 공식에 의해 증명된다. 빛의 속도가 고정됐다면 시간과 거리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은 공간으로부터 독립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관찰자들은 각자 고유한 시간을 측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선 안에서 비춘 전등 빛의 이동 거리를 측정하면, 우주선 안에서 관찰하는 사람보다 밖에서 관찰하는 사람이 더 큰 값을 측정할 것이다. 밖에서 보았을 때 빛과 함께 우주선의 이동 거리도 체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속도의 빛의 이동 거리가 다른 경우, 두 관찰자의 시간도 달라져야 한다. 즉, 모든 관찰자들이 저마다 시간을 다르게 측정한다는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을 넘어선 일반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후 아인슈타인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중력에 대한 새로운 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을 고안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에너지와 질량이 어떻게 분포돼있느냐에 따라 시공간이 휘어짐을 기본으로 한다. 오 교수는 “뉴턴의 고전역학에 따르면 물체의 이동 경로가 휘는 현상은 중력의 영향이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질량이 시공을 휘게 만들어 물체가 이동하는 경로도 휘어지는 것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내놓은 또 다른 예측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 공간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큰 중력을 갖는 무거운 물체의 근처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게 된다. 상대성이론이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움직이는 관찰자들’에게까지 확장된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뉴턴의 고전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많이 보완했지만 오 교수는 이것 역시 불완전한 이론이라고 말한다. 우주의 시작이라고 하는 빅뱅이론의 특이점과 블랙홀의 특이점의 존재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 상대성이론의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 계산하면, 우주의 크기의 값이 0이고 곡률과 밀도의 값은 무한대인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지점을 특이점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대성이론은 이러한 특수한 값의 정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내부의 중앙에 이러한 지점이 존재하는 블랙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성이론은 빅뱅이론과 블랙홀의 특이점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우주의 시작, ‘호킹-펜로즈 특이점정리’
불과 몇 십 년 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로저 펜로즈는 블랙홀 내부 중앙에 존재하는, 물리적 힘이 무한대가 되는 지점이 특이점임을 증명했다. 물리적 힘이 무한대가 되는 특수한 조건 하에서는 반드시 특이점이 존재하는데, 강력한 중력을 지닌 블랙홀 안에도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블랙홀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 공간인 중력장이 극단적으로 강한 공간이며 엄청난 중력으로 어떤 물체든지 흡수한다. 빛조차도 블랙홀을 피해 갈 수 없다.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이론에 영감을 얻어 우주의 기원인 빅뱅의 시초에 이를 적용했다. 오 교수는 “스티븐 호킹이 펜로즈가 블랙홀의 특수한 지점을 특이점이라 규명한 과정에서 우주의 시초를 추적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을 발견해 우주의 시초에도 특이점을 적용한 것”이라 전했다. 블랙홀 속에 밀도와 중력의 세기가 모두 무한대인 특이점이 있는 것처럼, 빅뱅의 시초에도 작은 점에 무수한 질량이 모여 폭발에 이르게 한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스티븐 호킹은 우주에는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는 우주의 시작을 가능케 한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