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원고부탁을 받고 일순 당황스러웠으나 일단은 써 보기로 했다. 수많은 주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한정된 지면에 다 쓸 수도 없고 해서 한두 가지만으로 요약하고자 한다.
요즘 워낙 하루가 다르게 신 용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라 솔직히 다 따라가기도 벅차다. 그중에서 몇 년 전부터 나온 용어 중의 하나는 ‘카르페 디엠’이었다. 이 말의 뜻은 ‘이 순간을 즐겨라’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매우 멋진 말임에 틀림없다. 나도 감동받았으니까.
그런데 이 단어도 약효를 다 했던지 요즘은 좀 쓰임새가 뜸해진 것 같다. 그 대신 새로 들리는 최신 용어 중 하나가 YOLO 라는 단어이다. ‘You Only Live Once!’ 라는 뜻인데 미국의 오바마 전직 대통령이 사용했다 해서 인기가 한층 더 올라갔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 말의 뜻은 ‘한 번뿐인 인생’ 정도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다만 이런 짧은 구호성 구절은 본질적으로 해석이 다소 분분할 수 있다. 내가 봐도 그렇다. '한 번뿐인 인생? 그래서(so what)?' 어떻게 보면 이 구절은 ‘카르페 디엠’과 상당히 닮은 측면도 많다. 대체적인 뜻풀이로는,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즐기면서 살아라, 그래서 돈을 저축하는 대신 기분 날 때 화끈하게 쓰고 아까워하지 말라, 그리고 멋진 여행, 혹은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은 미루지 말고 지금 해라, 늙으면 할 수도 없고 해 봐야 기분이 안 날 테니까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일러스트Ⅰ유은진 기자 qwertys@

여기서 본인의 주장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자.
한 번뿐인 인생이라면 청춘도 딱 한 번뿐이다. 이미 지나간 청춘이지만 나도 흘러간 젊은 시절이 후회되는 때가 가끔 있다. 특히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카톡이나 게임에 열중하고,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 내가 잘 못 본 게 아닌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런데 그 반짝이는 두뇌의 빛나는 청춘시절을 그렇게 의미 없이 보내서야 되겠는가? 공부를 해도 미친 것 같이 한번 해보고, 중요한 외울 것들 (외국어 등) 화끈하게 배우고, 이것저것 다양한 일에 호기심을 가져보고, 치열하게 토론도 해보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너무나 할 게 많을 터인데, 내가 보기에는 학생들은 이런 데 별로 열중하지 않는다. 시간을 별로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을 마냥 뭉개면서 산다.
한 번뿐인 인생이 오로지 노는 데만 열중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나는 즐기는 것도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다. 놀 때는 정말 열심히 놀자. 그런데 학교에 있을 때 수업 시간 사이에 시간이 비면 도서관에 올라가 책이라도 열심히 읽고, 아니면 수업시간 중에 교수에게 모르는 것을 과감히 질문도 하고 뭔가 더 배우겠다는 욕심을 가진 학생을 나는 별로 보지 못했다. 아니, 아예 책을 가까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답답한 일이다.
작년의 장기 베스트셀러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가 학창시절에 틈만 나면 도서관에 가서 살았다는 일화를 상기해 보자. 책을 읽고 지식을 사랑하는 태도를 기르는 일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덕목이 아닐까?  '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라고 본인이 느낄 수 있도록 한번 자신을 훈련시켜 보자.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보자.
한 번뿐인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젊을 때뿐이다. 이때를 놓치면 머리가 굳어져서 인공지능 SW를 동원해도 회복이 안 된다. 그냥 평생 멍청하게 살아야 한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나 개인의 (강의를 통한) 경험이긴 하지만, 인문사회 캠퍼스 학생들이 너무 자연과학/기술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이 세계를 휩쓰는 이 마당에 어쩌면 그토록 관심이 없을까? 이제는 인문사회 학생들도 살아가는 데 자연과학적 지식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 점도 꼭 상기시키고 싶다.

 

최형진 교수
전자전기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