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부모님은 우리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살고 계신다. 이번 일은 부모님이 가까운데 사시는 데도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들어서 어머님께서는 자식들을 볼때마다 몸이 아프다고 힘들어 하면서 언제 집에 찾아올 거냐고 자주 전화하셨는데, 우리는 그런걸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귀찮게 여기면서 어머님이 그저 나이가 많아지시니까, 자식들에게 더 의지하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받아들이고 무심하게 대했던 게 큰 후회로 다가왔다. 지금 되돌아보면서 어머님께서 그동안에 우리가 자주 찾아오길 바랄 뿐만 아니라, 내가 해외출장이라도 가면 언제 돌아오는지 아주 궁금해 했었던 이유를 이제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즉, 어머님이 나이가 많아지고 몸이 아파오면서, 혹시라도 당신께서 갑자기 죽게 되면 자식들을 영영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까 봐 불안한 마음이 그렇게 만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짠한 느낌이 물밀 듯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서는 앞으로 부모님을 한번 한번 찾아뵙는 일이 얼마나 귀한 만남이 될까하는 걸 생각하게 됐다.

우리들 주위에는 귀한 만남이 너무나 많다. 이제 내가 50대 중반의 나이가 돼서 보니까 모든 만남이 엄청나게 귀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글을 읽는 학우들에게는 학우와의 만남이 있고, 연인과의 만남이 있고, 스승과의 만남이 있을 터인데, 분명한 건 모든 사람들에게 만남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나도 짧은 만남들이라서, 하나하나의 만남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일상적인 일로 그저 소홀히 여기다가는 후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학생들이 비록 사소하고 일상적으로 보일지라도 만남의 귀함을 알고 만나는 상대가 친구건 연인이건 스승이건 간에 오직 정성을 다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려서부터 부모, 친지, 스승으로부터 과분하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걸 고백한다. 그렇지만 나는 만남을 소홀히 했던 때가 많았었기에 나이가 들면서 그만큼 후회도 짙어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가 다른 이들에게 베푼 사랑보다는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더욱 후회스럽다. 내가 세상에다가 만남과 사랑의 빚을 많이 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에 진 사랑의 빚을 갚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사람들을 만날 때는 그런걸 잊어버리고 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어차피 인생은 아무것도 없이 와서 어려서는 사랑을 듬뿍 받다가 나이를 먹어서는 사랑을 주고 받고, 나중에는 세상에 사랑을 남김없이 베풀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없이 떠나도록 돼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열심히 사랑을 베풀고 귀하게 대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학생들에게는 인생에서 후회없이 소중한 만남을 많이 간직하게 되길 바란다.

▲ 유원종나노과학기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