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교스테이 스케치

기자명 배공민 기자 (rhdals234@skkuw.com)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불교 그리고 ‘수운교!’ 이름부터 생소한 수운교를 체험해 보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청사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금병산 자락으로 이동하자 수운교입구가 나타났다.
 
▲ 무희들이 바라를 치며 현란한 바라춤을 선보이고 있다.
수운교는 화합이다
물 수, 구름 운. 수운교는 천도교를 창시한 최제우의 별호인 ‘수운’에서 비롯됐다. 수운교 본부에는 불상을 모시는 법회당과 도교의 하늘님을 모시는 도솔천이라는 성전이 모두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운교가 유교와 불교 그리고 도교(선) 3교의 화합을 추구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수운교에서 신도 교육을 담당하는 오창윤 교무부장은 수운교의 포용정신을 강조했다. “민족종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로 종교 간 화합입니다.” 태생부터 종교 간 화합을 추구하며 탄생한 수운교는 이제 종교를 넘어 모든 사람을 포용하려는 정신을 지향한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전 11시, ‘성직자 강의’
수운교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수운복지관에 들어서자 다양한 참가자들이 보였다. 불교, 개신교, 대순진리교 등 종교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수운교의 교리와 사상에 대해 배워보는 ‘성직자 강의’다. 교리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개신교에 찬송가가 있다면 수운교에는 송덕가가 있다. 많은 사람이 수운교 송덕가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잘 알려진 멜로디를 빌려왔다. 수운교의 포용정신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오후 1시 ‘승경도 놀이’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프로그램으로 승경도 놀이가 시작됐다. 수운교의 승경도 놀이는 5각형의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대로 말을 이동해 ‘누가 가장 먼저 아미타불에 귀의하는지’를 겨루는 놀이다. 아미타불은 대승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처로 아미타불을 만나면 불로장생하고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 놀이 조를 정한 후 주사위를 굴리려는 찰나 옆에서 수운교 법사의 조언이 들려왔다. “정성을 모아 양손으로 굴리세요!” 망설이다 두 손을 모아 주사위를 굴렸다. 신기하게도 아미타불 칸에 점점 빨리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반면 한 손으로 던진 다른 참가자는 매번 가장 아래쪽인 지옥에 빠지고 말았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승부 끝에 기자가 속한 조원 모두 제한시간 내에 극락에 귀의했다. 터져 나오는 환희의 박수소리.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조용히 나무아미타불을 외던 여인이 한마디 했다. “우리네 인생과 같아요. 욕심만 부린다고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오후 4시 ‘바라춤 배우기’
승경도 놀이가 끝난 후 바라춤을 선보이기 위한 무희들이 불현듯 나타났다. 수운교의 바라춤은 양손에 바라라는 놋쇠로 만든 타악기를 치며 빠른 움직임으로 추는 춤이다. 법회당의 삼불상 앞에서 바라춤 공연이 시작됐다. 바라를 쨍쨍 울리며 현란한 춤솜씨를 선보이는 무희들. 무희들의 몸짓에 따라 빨간 한복이 나부꼈다. 챙챙거리는 바라와 함께 춤추는 손끝의 노란 천이 주황빛 조명과 어우러져 신비롭게 불당을 가득 채웠다. 공연이 끝나고 바라춤을 직접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이 모두 원을 만들어 무희들을 따라 움직이고 엉거주춤 바라를 부딪쳤다. 처음이라 바라의 쨍 소리는 모두 제각각. 서투른 솜씨지만 다들 열심이었다. 법회당 너머까지 울려 퍼지는 바라의 합주.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반기듯 경쾌한 소리였다.
 
아쉽지만 바라춤을 마지막으로 복지관을 나섰다. 승경도 놀이를 하고 바라춤을 배우며, 수운교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생소함은 이미 사라졌다. 올 때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잔디밭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수운교 성지 안에서 일상적인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엔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겐 이미 포용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