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서연 기자 (sheonny@skkuw.com)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심리적 차원의 내부적 효과 낳아

진정성 있는 역사·문화적 자원 활용이 앞으로의 과제

프랑스의 파리를 생각하면 에펠탑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파리지앵과 예술적인 도시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생각하면 가우디의 독특한 건축물과 열정 가득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우리는 특정 도시를 생각하면 왜 각기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까? 그 비밀에는 도시 브랜딩이 있다. 도시마다 가진 독특한 매력을 극대화하는 장치, 도시 브랜딩에 대해 알아보자.

도시, 역사와 문화를 품은 개성 있는 브랜드
도시 브랜딩이란 도시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게끔 도시브랜드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도시브랜드란 해당 도시만의 △디자인 △명칭 △상징물 또는 그들의 결합체다. 여기서 ‘도시’란 대도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읍, 면, 동 등 작은 행정구역도 포함한다. 도시 브랜딩의 목적은 도시가 가진 가치를 발굴해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타 도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박수현 교수는 “도시 브랜딩은 도시가 뿜어내는 이미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도시가 가진 자산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각 도시는 자원을 활용해 △슬로건 △축제 △캐릭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를 표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시가 지향하는 이미지가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도시 브랜딩은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행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 있다. 과거 암스테르담은 마약 합법화 이후 향락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암스테르담 시청은 ‘iamsterdam’ 슬로건을 만들어 적극적인 도시 브랜딩을 전개했다. 해당 슬로건은 도시를 방문한 모두가 시민이라는 뜻으로 ‘다인종이 공존하는 도시’라는 암스테르담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인종의 사람들이 자신을 암스테르담 시민이라고 지칭하는 과정에서 암스테르담은 점차 ‘관용의 도시’로 변모했다. 한편 도시 브랜딩은 복잡한 도시 공간의 수많은 이해관계를 고려한다는 점, 현존하는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상업적인 브랜딩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도시 브랜딩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추세다. 박수현 교수는 “도시 브랜딩은 외교·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인식 개선 등의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그 확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의 'iamsterdam' 대형 조형물. ⓒdezeen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암스테르담의 'iamsterdam' 대형 조형물. ⓒdezeen 공식 홈페이지 캡처

 

내외부적 효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도시 브랜딩은 단순 경제적 효과에서 나아가 지역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일본의 구마모토현은 일본 47개 지역 중 인지도 32위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이었다. 이에 구마모토현청은 발음이 지역 이름과 유사한 캐릭터 ‘쿠마몬’을 만들어 다양한 상품과 홍보물을 판매했다. 더불어 각종 행사에 쿠마몬을 등장시키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라진 쿠마몬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효과로 쿠마몬의 상품 매출이 4년 사이 약 40배 증가하며 구마모토현은 소멸 위기를 극복했다. 전남대 문화학과 최미경 박사는 “소도시 브랜딩은 지역소멸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더해지면 사회적 발전까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도시 브랜딩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중점연구소 이효복 연구원은 “도시 브랜딩으로 얻어진 수익이 사회적 인프라 조성에 활용되면 이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된다”며 “삶의 질이 높아지면 주민들은 도시에 더 큰 애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에게 구마모토현을 홍보하는 문구를 들고 있는 쿠마몬. ⓒ경인일보 공식 블로그 캡처
한국인에게 구마모토현을 홍보하는 문구를 들고 있는 쿠마몬. ⓒ경인일보 공식 블로그 캡처

 

더불어 문화 자원을 탁월하게 활용한 도시 브랜딩은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고 문화적 요소로 브랜드화된 도시 공간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양질의 문화를 향유하며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출생지임을 이용해 그의 생가를 보존하고 세계 최대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주최하며 음악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현재 잘츠부르크문화협회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음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김형주 강사는 “도시 공간에서 경험한 문화적 체험은 시민에게 도시에 대한 심정적 유대감을 갖게 해 도시공동체의 연대감을 촉진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도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우리나라도 지역 간 교역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모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도시 브랜딩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지자체 도시 브랜딩에는 대체로 지역 특산물이 활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허청에 의하면 2020년 지자체의 상표출원 건수 1,437건 중 군 단위에서의 상표출원이 상위 10개 중 7개나 되며, 대부분이 특산품 및 문화관광 관련 상품이었다. 이에 대해 최 박사는 “우리나라에선 지역 특산물과 문화 상품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는 것이 도시 간 차별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도시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받은 사례는 없었다. 황윤정(국문 22) 학우는 “우리나라의 도시 브랜딩을 떠올리면 크게 생각나는 사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I Seoul U’ 슬로건도 600년의 역사와 다문화 도시라는 서울시의 특색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오다 새 슬로건 ‘Seoul My Soul’로 교체됐다. 이러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역별 도시 브랜딩의 방식과 형태가 차별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서울시 자치구 중 △관악구 △광진구 △노원구 △도봉구의 심볼은 파란색과 초록색을 활용해 산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형태가 유사하다. 더불어 도시 브랜딩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다. 인천가톨릭대 융합디자인학과 박영주 교수는 “브랜딩은 긴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적 문제로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브랜딩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용인시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시장의 교체에 따라 슬로건을 5번 변경했다.

서울시의 새 슬로건인 'Seoul My Soul'.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의 새 슬로건인 'Seoul My Soul'. ⓒ서울시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평가 기준을 비롯한 도시 브랜딩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최 박사는 “객관적인 도시브랜드 평가 기준이 미흡한 실정이며 소도시의 경우에는 도시브랜드를 관리하는 전담 조직조차 부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박영주 교수는 “그럼에도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발전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도시마다의 역사를 독특한 스토리로 만들어 내고 지자체, 전문가, 시민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결국 도시는 시민을 담은 공간이기에
한편 도시 브랜딩은 그 효과와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자체가 설정한 도시 정체성과 시민들이 실감하는 도시 이미지 사이의 간극이 큰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괴리를 적절히 메꾸지 못한 도시 브랜딩은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결국 도시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 연구원은 “도시의 정체성은 도시가 지향하는 목표점”이라며 “과하게 이상적인 목표만을 제시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민 참여형 도시 브랜딩’이 주목받고 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는 도시의 문화 자원을 아이콘화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로 5년 만에 아이콘의 개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시민 참여형 도시 브랜딩은 시민이 도시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해 도시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진정성 있는 역사·문화 자원의 활용도 지속 가능한 도시 브랜딩의 필요조건이다. 프랑스의 방데는 ‘방데 전쟁’의 서사를 활용해 문화 관광 명소로 거듭난 사례다. 방데 정치인과 시민들은 전쟁에 참여한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공연극 <씨네써니>를 성공시키고 이를 발전시켜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를 조성했다. 현재 퓌뒤푸는 프랑스에서 1일 기준 파리 디즈니랜드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김 강사는 “도시 브랜딩에서 중요한 부분은 도시가 가진 특별한 역사성과 대중의 기억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도시와 대중의 경험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도시가 가진 문화의 내재가치를 얼마나 잘 재현하는가에 있다”고 전했다.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에서 펼쳐지는 역사 공연. ⓒpuydufou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에서 펼쳐지는 역사 공연. ⓒpuydufou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