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영화배급사 Flick La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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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윤 기자 (jjjj67677@hanmail.net)
날씨 좋은 주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팝콘 한 통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흥미진진했던 영화가 끝나고 여운에 빠진 당신은 영화관에서 걸어 나올 필요가 없다. 단지 ‘페북’에서 로그아웃만 하면 된다. |
영화 배급은 제작자가 플릭론치로 동영상을 전송하면, 페이스북에 영화가 업로드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상영하는 영화라고 해서 간단한 UCC 동영상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플릭론치의 상영작들은 G(전체 관람가)부터 NC-17(17세 미만 관람 불가)까지의 등급이 붙은 2시간여 분량의 ‘진짜’ 영화들이다. 장르도 범죄 스릴러부터 공포영화, 환경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하며 관람객들은 1에서 5달러를 지불하고 7일 동안 자유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은 플릭론치 서비스의 백미이다. 제작자는 자신의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관람객의 수를 지정하는데, 선착순 순위 안에 ‘좋아요’ 버튼을 클릭한 사람은 무료 영화를 즐기는 것이다.
플릭론치는 SNS의 장점인 파급력을 살려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소통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영화 스크린은 2200여 개이지만 그 중 독립영화 전문 스크린은 3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 독립영화를 접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온라인 상영관이 존재하나 플릭론치는 그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온라인 상영관은 직접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상영관에 접속해야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는 지인을 통해 정보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영화가 홍보된다. 영화의 배급뿐 아니라 홍보에서도 SNS가 톡톡히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플릭론치의 영화 관람료 가운데 70%는 제작자의 몫인데, 이는 일반 극장이 수익의 50%를 분배받는 것에 비해 독립영화 제작자들의 재정적 자립에 도움이 된다. 제작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지불하며 7억 명 가량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잠재적 관람객으로 둘 수 있는 것이다.
플릭론치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크레이그 태너(Craig Tanner)는 “많은 독립영화가 안정적인 배급처가 없고 마케팅 예산이 부족해 대중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플릭론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즉각적인 해결책”이라고 외신을 통해 말했다. 플릭론치는 현재 7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의 어플리케이션도 서비스 중이다.
바야흐로 SNS는 현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단순한 인맥관리 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앞으로도 플릭론치와 같은 SNS 기반 영화 사업은 소수 거대 기업이 독점하던 영화 산업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SNS라는 손잡이를 통해 독립영화 르네상스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