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국내총생산 대비 우리나라의 제약 기술은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핵산의 한 종류인 RNA는 신약 개발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지만 특허가 부족해 기술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 이동기 교수(화학)팀은 하버드 의대 연구팀과 새로운 RNA 구조를 개발해 국제 특허를 취득했다. 이에 이동기 교수를 만나 국내 제약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성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 대략적인 연구 내용에 대해

황보경 기자 hbk_p@

분자생물학 분야의 오랜 목적은 인간이 가진 약 2만5천~3만 개의 유전자 중 질병을 일으키는 하나의 유전자만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약은 이런 제어기능을 수행하는 유기분자로 이뤄져 있는데 문제는 유기분자들이 목표물 외에 다른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오프 타깃’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약물 부작용의 주된 원인이다. 따라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시도가 이뤄졌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번에 우리 팀이 발표한 RNA 구조는 그런 시도들 중에서 가장 최신의 결과로서 오프 타깃 현상을 크게 개선했고 목표로 하는 유전자도 더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 연구의 계기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생물학 분야는 원천 특허가 부족하기에 가장 큰 제약업체의 연구 역량이 미국의 중견 바이오 벤처기업의 수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이에 많은 업체들은 신약을 개발하기보다는 다른 약품을 비슷하게 따라 하거나 특허가 만료된 약물을 가져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약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특허에 대한 각국의 보호는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 따라서 기본적인 현상이나 지식에 관해 좋은 이론을 세우기보다는 기술적인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특히 원천 특허를 창출해내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 그중 특히 RNA 분야를 택한 이유는
웬만한 분야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그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그런데 핵산 치료만큼은 신약이 나온 예가 없을 정도로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특허를 확보하느냐, 못 하느냐가 생명공학계의 큰 화두인데 여기에 있어 (특허를 확보해 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대에 부임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연구해온 결과 더욱 개선된 RNA 구조를 개발해냈고 여러 개의 특허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중 몇 개는 현재 기업으로 이전돼 신약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 RNA 구조는 향후 어떻게 응용되는지
현재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삼는 RNA 구조 개발이지만, 암 이외에도 황반 변성이나 당뇨 등 핵산 치료가 적용될 수 있는 질병들이 많다. 예컨대 ‘노인성 황반 변성’은 나이가 들면서 안구 황반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이 때문에 많은 실명환자가 발생하는데 미국의 경우 일 년에 20만 명이 실명 위기에 놓인다. 이들에게 핵산 치료를 적용하면 실명에서 구제하는 등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RNA가 표적으로 하는 장기와 세포에 정확히,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기술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이다. 따라서 전달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단순히 논문 한두 편을 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술이 개발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제약 분야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