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유사성이 거의 없는 그의 소설들은 끊임없는 창조를 통해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될 당시의 평이다. 그런데 이중 ‘소설에 유사성이 거의 없다’는 말은 그의 작품 속 배경을 논할 때만은 어쩌면 틀렸을 수 있다. 『음향과 분노』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 ‘요크나파토파(Yoknapatawpha)’는 19편에 달하는 그의 장편 소설 중 무려 15편에 걸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마을은 어떤 곳이며 작가는 왜 이곳을 자신의 작품 활동에 이렇게나 가까이 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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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크나파토파는 작가가 자신의 고향이었던 미시시피를 모델로 만든 도시로, 그 이름은 ‘갈라진 땅’을 뜻하는 인디언의 언어에서 따왔다. 넓이 2천4백 제곱마일, 인구 1만 5천6백11명의 이 가상 도시는 흑인 인구가 70%에 달한다는 설정 때문에 인종차별문제를 다루는 그의 소설들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지리적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5편의 작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요크나파토파에는 지형 하나하나에 저자의 전 생에 걸친 작품 활동이 깃들어 있다. 마을의 중심부에는 제퍼슨 읍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음향과 분노』에서 몰락한 콤슨 가가 귀족 가문으로서 한 때 중추 역할을 맡았던 곳이 바로 이 지역이다. 또한 읍의 광장 중앙에는 저자의 1931년 작 『성단』에서 리 굿윈이라는 인물이 재판을 받았던 법원 건물이, 광장 북쪽에는 32년 작 『8월의 빛』의 조우 크리스머스와 48년 작 『어둠 속의 침입자』의 루커스 뷰챔프가 갇혀 있던 제퍼스 감옥이 있다.
그렇다면 그가 이러한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 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외대 김욱동 교수의 윌리엄 포크너 평전에 따르면 저자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문학은 개인적 경험과 특정 지역에 바탕을 두고 써야만 한다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또한 윌리엄 포크너가 남긴 글귀에는 “나는 우표딱지만한 내 작은 고향이 글을 쓸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며 “내가 나의 우주를 창조한 셈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요크나파토파는 윌리엄 포크너의 문학적 삶이 시간을 초월해 혼재하는 곳이자 이와 더불어 창작에 대한 그의 철학과 신념, 열정까지 한 데 모아 놓은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저자의 후기작으로 갈수록 소설의 배경은 점점 완성도를 높여 가고 그 세계관 역시 한 층 짙어진다. 저자의 1936년 소설 『압살롬, 압살롬!』에는 작가가 손수 그린 요크나파토파의 지도가 등장한다니 궁금한 독자는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