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티스트 문재홍

기자명 서준우 기자 (sjw@skkuw.com)


▲ 지민섭 수습기자
 서준우 기자(이하:) 원래 폴리 아티스트의 길을 가려고 했었나, 생소한 장르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문재홍 폴리 아티스트(이하:) 처음부터 폴리 아티스트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편집과 연출에 관심이 있어서 영화과에 진학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온 사람과 단순히 관심만 가지고 온 사람은 차이가 있더라. 게다가 군대에 다녀왔더니 관심 있던 편집 분야의 작업 방식이 바뀌어서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새로운 적성을 찾기 위해 영화와 관련된 작업은 하나하나 다 해봤다. 그러던 중 음향 작업 쪽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폴리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대학에 오기 전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됐는데 당시엔 재밌겠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음향 작업 일을 계속해나가게 되자 예전에 들었던 ‘폴리’라는 분야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매력에 빠져들어 지금까지 일을 해오고 있다.
 
 아직 폴리 아티스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면.
 관객에게 사실처럼 다가가고 싶은 영상에 그런 느낌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으로 소개하면 어떨까. 영화 <황해>에 사람의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그 장면을 찍을 때 실제 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아니고, 손가락을 자를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아는 사람도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럴 때 관객들이 정말 손가락이 잘리는 것을 보는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해선 소리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칼이 살에 닿았을 때 빚어지는 마찰음 △칼이 바닥에 스치는 스산한 소리 △칼이 파고들면서 피가 새어나오는 소리 등을 복합적으로 담은 소리를 만들어 넣는다면 화면이 한층 생생하게 살아나 관객들이 그 잔혹함에 눈을 돌리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어떤 장면을 표현할 때 관객들이 영상을 실제 상황처럼 느낄 수 있도록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폴리 아티스트의 역할이다.
 
 단순히 장면마다 요구되는 소리를 주문받아 만드는 기술자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아티스트’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어떤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실제 영화에서 배우의 대사를 제외하면 그 외의 모든 소리는 폴리 아티스트가 채워야 할 부분이다. 감독님과 음향 팀이 모여서 장면마다 어떤 소리가 필요할지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방법으로 소리를 만들어낼지는 폴리 아티스트의 몫이다. 같은 발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여도 배우의 감정상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따라 다른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같은 구두 소리라도 연인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과 연인과 헤어진 후 돌아가는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소리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같은 그림을 줘도 거기에 필요할 것으로 느껴지는 효과음은 개인의 해석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 여지가 있다. 같은 소리여도 어떤 영화의 어떤 상황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지 않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소리를 찾고 만들어낸다는 것이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조라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적합한 소리를 찾아내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폴리 아티스트를 해오신 분 밑에서 배우면서 그분이 하는 방법을 보고 따라 했다. 일을 가까이서 계속 접하다 보니 자연히 원하는 소리를 찾는 감각이 생겼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주변에 보이는 물건들의 재질이나 울림을 통해 어떤 소리를 만들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하나의 소리와 다른 소리를 조합했을 때 무슨 결과물이 나올지도 예측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보다 사실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실제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자세를 바꿔가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소리의 변화를 느껴보기도 하고 영화 속 배우에게 감정을 이입해 행동을 따라해 보기도 하면서.
 
 작업환경이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과거에는 배우의 대사와 함께 효과음도 실시간으로 녹음했다.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서 여러 명의 음향 담당 스태프들이 양쪽 발에 서로 다른 신발을 신고 걷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바닷소리를 내기 위해 대야에 모래를 넣고 흔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리를 따로 녹음하는 만큼 10초의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하루 동안 고민하기도 하는 등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소리를 만드는 작업과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나 고충은 없나
 일을 시작하고 나서 초기에는 방송 출연도 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폴리 아티스트가  기발한 방법으로 신기한 소리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어떤 소리를 들려달라고 하면 즉석에서 도구를 이용해 그 소리를 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신기한 일을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장면에 맞는 소리를 찾기 위해 수많은 도구를 활용해보면서 여러 가지 소리를 조합하는 것이지 꼭 하나의 소리가 한 가지 방법으로 일대일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폴리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학생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현재 폴리 아티스트 육성을 위해 마련된 교육 과정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통틀어도 5~8명 정도의 폴리 아티스트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종사자도 적고 정규 교육 과정도 없는 만큼 폴리 아티스트 밑에서 일하며 직접 일을 배우면서 전수받는 것이 폴리 아티스트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최한 폴리 아티스트 인턴십에 참가해 말로만 들었던 폴리 아티스트의 작업을 직접 배우는 기회를 누렸고 그것을 계기로 일을 계속해 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영화 사운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관심 없이는 폴리 아티스트가 될 수 없다. 폴리 작업은 소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음향 작업의 기본이 되는 일이다. 지름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음향에 대한 공부를 기본적인 단계부터 해나간다면 새로운 흥미를 발견할 수도 있고 폴리 아티스트가 되는 길도 그렇게 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