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보경 기자 (HBK_P@skkuw.com)

데이비드 버드ㆍ신디 메스턴, 사이언스 북스
복잡한 대상일수록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를 무한히 증식시키기 마련이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복잡함을 다 모아놓은 듯한 여자라는 동물은 얼마나 구미가 도는 연구 대상인가. 특히 그들이 표출하는 성에 관한 양상은 매우 미묘해 파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에 두 명의 저명한 심리학자, 신디 메스턴(Cindy Meston)과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가 이 골치 아프면서도 흥미로운 분야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여성의 성욕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5년이라는 기간 동안 3천 명이 넘는 여성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섹스를 합니까?”

#1. “그 남자의 향기에 끌렸어요”
많은 여성은 특정 남성의 △냄새 △목소리 △얼굴 등에 자신도 모르게 매혹된다. 그 중에서도 여자가 잠자리로 같이 가는 데에는 냄새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 주목할 점은 여성의 후각이 특히 배란기를 전후해서 매우 예리해진다는 것이다.
성적 호감의 가장 원초적 현상인 이것은 인간의 면역기능에 대한 과학적 실험에서 그 원인이 밝혀졌다. 당시 피실험자 여성들에게 특정 남성의 체취를 맡게 했는데 남자의 유전자가 자신의 것과 다를수록 좋은 냄새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상대의 유전자가 판이할수록 더욱 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근친 교배를 피할 수 있고 두 유전자의 상호 작용으로 그 자손은 더 나은 면역 기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상대가 불쌍해 보이길래요”
그러나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동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여성 스스로가 더 우월한 지위에 있음을 깨닫기 때문에 잠자리를 갖는 경우가 있다. 많은 여성은 잠자리를 통해 상대를 통제함으로써 얻게 되는 권력을 선호했는데 역설적이게도 권력을 갖는 것과 동시에 성적으로는 상대에게 복종당하길 원했다.
연애소설이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애소설은 두 요소를 반드시 갖추고 있다. 하나는 잘생기고 권력 있는 남자주인공이 자신보다 못한 여자주인공에게 반해 쩔쩔 매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남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주인공을 성적으로 유린하는 상황이다.
이 현상의 심리학적 의미는 9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이 연구에서 사회적으로 유력하고, 독립적이며 자부심이 높은 여성일수록 이러한 선호를 강하게 나타냈다. 성적 권력과 강제성에 대한 여성의 환상은 그녀들이 내적으로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표인 셈이다.
위 예시는 237가지의 동기 중 단 두 가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만 보더라도 본 연구가 심리적 관점뿐 아니라 진화론적 관점도 차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책 속의 모든 동기에는 △생리학 △심리학 △임상례 △진화학의 네 가지 분석의 틀이 작용한다. 두 저자는 여자의 성욕이 매우 복잡 미묘하기에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그들의 모든 성적 동기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 즉 대상이 복잡한 만큼 다중 렌즈를 통해 그들을 들여다 본 것이다.
책에 담긴 여성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독자 역시도 자연스레 이 고민에 동참하게끔 이끈다. 내용이 제시하는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여성을 넘어 성 자체에 대한 경외심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