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은혜 편집장 (amy0636@skkuw.com)

지난 토요일을 마지막으로 본사의 수습기자 모집이 마감됐다. 이 지면을 빌려 많은 지원자분이 논술부터 면접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다만, 생애 필자 역시 잘난 것 없음에도 누군가를 선발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서 느낀 점을 한 번 적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지원서이다. 사실 대학생이 된 지 겨우 1, 2년 정도이기 때문에 대단한 경력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지원자에 대한 평가는 논술로 넘어간다. 신문사에 지원해 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신문사 입사를 위한 논술의 양은 정말 엄청나다. 엄청난 양이므로 합격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가.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너무 명확하고도 안타깝다. 긴 글에 지원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거의 없을뿐더러 오히려 누가 누구의 글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답안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대입 논술 답안지를 채점하는 교수님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면접에 가면 대부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놀랍게도 30분가량의 짧은 대화임에도 지원자의 개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어떤 이는 놀랄 만큼 솔직하고 담백하기고, 또 어떤 이는 정말 순수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대화 한 번에도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데 왜 글 속에서 그 특별함이 드러나지 않는 걸까. 우린, 글쓰기 솜씨가 뛰어나지 않은 우리 자신을 탓해야 하는가.

여기서 잠깐, 소소하지만 어느새 상당한 시청자를 확보하게 된 우리‘성균관 스캔들’얘기를 잠시 해보자. 아, 그러고 보니 몇 주 만의 출현인 것 같다. 아무튼 그곳에서 송중기씨는 주옥같은 말씀을 남겼는데, 그 말인즉슨 이러하다. 당시 조선이 번창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든 관원에게 똑같은 옷을 입히기에 개성도 취향도 드러낼 수 없었고, 위대한 정책도 창의적인 생각도 나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정조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이는 현대까지도 그대로 적용된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에 수시 합격을 위한 논술 준비에서도 같은 글쓰기를 배우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글이 나올 수 있을까. 배운 그대로 외우고 시험 보길 바라는 교육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글을 쓰라는 요구는 과하다 못 해 앞뒤가 맞지 않는 바람이다.

논술을 잘 쓰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과 책을 읽어야 한다? 뒤돌아서면 수행평가가 들이닥치고 또 한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배운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험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거기에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는 일은 필수적이다. 11학년도 입학생들에게 좀 더 좋은 논술 시험지를 받고 싶다면 바뀌어야할 대상은 고등학생이 아닌 제도를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이다. 

일률적인 교육만이 세상 공부의 전부인줄 알고 무려 20년이나 살아온 필자를 포함해 우리 모두를 위해 기성세대에게 한 마디 해보자. 20대를 향한 무개성, 취업만 바라는 막힌 세대라는 비판은 주변에 너무 많기에 철저히 우리의 입장만을 대변해 보겠다.
우리가 그대들과 같지 않음에,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음에, 글쓰기를 즐기지 않음에 또, 똑같은 글을 만들어내는 우리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 달라. 우린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적응하기에도 너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