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민아, 유오상, 윤이삭 (webmaster@skkuw.com)

지난 해 서울시에서 실시한‘걷기 편한 거리’조성 사업으로 길거리를 채우던 포장마차들이 줄줄이 이면도로로 쫓겨나거나 문을 닫게 됐다. 이번 시각면에서는 골목골목의 포장마차 풍경과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다뤄봤다.

이순자씨는 지금의 창경궁에 동물원이 있던 30년 전부터 대학로에서 포장마차를 꾸려왔다. 그 때는 대학로가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하철도 없었고. 원래 여기가 개천가고... 주변이 모두 가정집이었어. 극단이 많이 생기다 보니까 젊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발전했지.” 메뉴는 30년 내리 해삼, 멍게, 산낙지, 골뱅이, 홍합이 전부다. 위와 같은 해산물이 대학로 포차의 명물이 된 지도 오래다. 20년 전에는 다들 포차를 빙 둘러서 서서 먹었다. “참 그 때는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 비가 와서 무릎까지 물이 차면서도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는 낭만이 있었지. 옛날엔 성대 학생들이 참 많이 왔었는데 요즘엔 잘 안 오네. 돈들이 없어서 그런가.”

낮보다도 밤이 더 밝은 동대문의 의류시장 거리, 새벽 일찍 나와서 밤 늦게야 일이 끝나는 거리의 재봉사들에게 길거리의 포장마차는 하루의 끝을 함께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가장 빛나는 동대문의 옛 자리에서 벗어나 동대문의 어둠을 모두 머금고 있는 가장 척박한 거리로 내몰렸다. 오늘 이 거리에는 단 하나의 노점만이 불을 켜고 손님들을 기다렸다.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끝끝내 고사하시던 주인아주머니는 30년 포장마차 인생에서 지난 5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5년 전, 서울시가 실시하는 거리정비 사업에서 아주머니는 정들었던 25년의 터전을 떠나 서울시가 지정한 사각형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가 좋은 의도에서 하는 사업인데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요”라고 말하는 그 분의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것은 단순히 수입이 적어졌다는 아쉬움만이 아니었다. “다들 장사가 안 되니까 자리가 있어도 그냥 문을 닫아버렸다”는 말이 퍼지는 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광장시장은 빈대떡 부치는 기름 냄새와 더운 열기, 육회와 마약김밥, 순대 등으로 상징되는  광장시장만의 특징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광장시장의 먹거리 골목은 젊은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북적하다. 광장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민세홍(60) 씨는 광장시장에 대한 큰 애착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런 시장가에서 순대 먹고 곱창 먹는 세대야. 이 곳에 오는 건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낭만이 있기 때문이라 이거지.” 그는 포장마차 문화는 참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술도 권하면서 친해진다고. “지금은 포장마차가 사라져가고 있어. 아파트 이웃끼리도 인사 없이 지내는 시대잖아. 난 그게 참 안타까워. 한민족이라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