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다빈 편집장 (ilovecorea@skku.edu)

Vision2020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캠퍼스별, 학부별 설명회를 통해 교수들에게 2020의 기본적인 내용이 전달된 상태다. 몇몇 학생회 역시 밝혀진 내용에 근거해 자신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10년을 결정할 중요한 논의들이 점차 움트고 있는 양상이다.

비전 계획이 무엇인가. 우리 학교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이는 학내 사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구성원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Vision2010+의 과제에 따라 학교가 얼마나 크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발표될 Vision2020 역시 학문단위 개편, 제3캠퍼스 활용 등 우리 학교의 큰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한 가지 미흡한 점이 발견된다. 과연 학교가 학우들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으며, 정보를 제때에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은 손사례를 친다. 2009년의 설문조사를 통해 이미 학우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했으며, 6월 중으로 학우들에게 비전 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한다. 설명회 이후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기에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나 만족도 평가 중심의 설문조사가 학우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미 학교의 ‘성장전략’을 배경에 깔고 있는 조사에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실현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6월 설명회 역시 기말고사, 방학기간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설명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8월에 Vision2020에 대한 선포식과 이사회 보고가 이뤄지면 반대 의견이 반영될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큰 틀이 결정된 상태에서 세부 사안만을 가지고 촉박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진정한 ‘소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구체화한 계획을 밝히고 나서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학교의 생각도 이해한다. 설익은 발표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 타당성이 있다. 모든 대학이 치열한 경쟁에 놓인 상황에서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보다는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학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에 완성도에 자신감을 가지는 점은 이러한 생각의 배경이 됐을 게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통’은 핵심적인 가치이다. 특히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라면 이러한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소통이 가능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 성역없는 논의도 보장돼야 한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비전 계획은 학우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학부대학의 역할이 강화되고, 기존의 학부단위가 개편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큰 틀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단적으로 학생회나 여타 학생 자치단체는 그 존립의 근거가 사라지면서 큰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전 계획에는 많은 학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일에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인 학생이 이 정도 밖에 얘기할 수 없는 상황. 이는 과연 정상적일까?

Vision2020에 대해 학교가 정말 자신감이 있다면, 도리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것이 답이다. 형식적인 소통을 넘어 근본적인 가치부터 논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효율성과 경쟁력이 대학교육의 핵심가치인가에 대한 의문’, ‘성과 중심의 학제 개편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대답해야 한다. 세부 사안뿐 아니라 큰 틀에서도 수정할 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때로는 가장 비효율적이고 힘들어 보이는 일이 정답일 경우가 많다. 학교의 10년을 내다보는 시점인 지금이 바로 이러한 지혜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조금은 우회함으로써 더 큰 신뢰를 쌓아가는 ‘우직한’ 학교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