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다빈 편집장 (ilovecorea@skku.edu)
요즘 대학생에 관한 뉴스를 보면 먼저 한숨부터 나온다.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10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실업률 수치가 현상을 다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은 더 많을 게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등록금은 또 오죽 비싼가. 한국사회에서 ‘대졸자’의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역시 높은 이자율과 까다로운 조건 탓에 선뜻 다가서기 어렵다.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학생들은 과거의 대학생들보다 더 바쁘게 뛰고, 정신없이 살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까지 풍긴다. 하지만 그럴수록 현실은 더욱 팍팍해져만 간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30대 사망원인 중 자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이번 호 성대신문의 조사에서 보듯 우리 학교 학우들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자살 충동을 느껴본 학우가 전체 응답자의 20%에 이르며, ‘자주 또는 항상’이라고 답한 학우 역시 5.7%나 된다.

현실의 압박이 커질수록 저항의 목소리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할 때 불만은 폭발하기 마련이다. 이는 자연스런 이치다. 최근 대학사회를 보면 대학생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척박한 현실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움직임을 모색하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창립된 청년연대와 청년유니온은 이를 반증한다. 답답한 현실을 돌파할 길을 알려주지 않는 대학에 대한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김예슬 학생은 진정한 학문보다는 기업화에 앞장서는 대학을 비판하며, 학교를 자퇴했다. 김예슬 학생의 결정 이후 이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붙고, 카페가 개설됐다. 중앙대에서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고공시위가 벌어졌다.

물론 청년들의 주장이 거칠고 과격한 측면도 있다. 사회문제의 원인을 일원화해서 보는 시각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아직 사회적 경험이나 식견이 부족한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듯 이러한 행동의 본질에는 이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정부와 대학이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러한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반응은 사뭇 냉담했다. 특히 몇몇 대학들은 아예 대학생의 침묵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학교의 허락 없이 현수막이나 대자보를 붙일 수 없는 곳 △학교에 비판적인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곳 △학교에 대한 교내 언론의 비판기사를 삭제하는 곳도 있었다. 정부 역시 학원사찰 논란을 일으키고, 청년노조 설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대학생들의 요구를 억누르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한 손으로는 대학생들의 입을 막고, 한 손으로는 자신들의 귀를 막으려는 모습이다.

정부와 대학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참여와 비판이 없는 곳에 발전은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조선’이라는 나라는 5백 년이 넘게 존속했다. 이는 중세ㆍ근대 세계사에서 매우 희귀한 사례이다. 조선의 군주는 삼사를 두고, 관료들의 상소를 받으면서 끊임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했다. 적지않은 모순을 안고 있었던 조선이 오랜 시간을 존속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이다.

정부와 대학이여 비판을 허(許)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지금의 쓴 약이 더 큰 병을 막아주는 보약이 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