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죠지 레이코프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처음 책을 접하면 누구나 제목이 무슨 말인지 의아할 것이다. 이 제목은 책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기에 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는 증거가 된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로, 저자는 공화당을 떠올릴 때 코끼리는 떠올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공화당이 코끼리라는 동물과 함께 연상되는 순간 공화당은 코끼리의 이미지로 덮이고 만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이 작용하는 과정이다.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정신적 구조물, 틀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어떤 특정한 개념을 떠올릴 때 그 개념만을 두고 생각하지 않고 프레임에 갇혀 떠올리게 된다. 저자는 정치에서 프레임이 활용되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세금 구제’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구제’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는 옳지 못한 경우에서 누군가를 구해낼 때다. 따라서 세금 구제라는 말은 부당한 개념인 세금으로부터 우리를 구한다는 뜻이 되며, 우리는 세금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단어로 규정짓는다. 세금이라는 단어가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고 나면, 대중들은 세금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정당의 입장을 지지하게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세금납부를 통해서 수많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입을 수 있음에도 이 프레임에 갇혀있기 때문에 납세를 거부하고 해당 정당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프레임을 통해 자신들에게 해가 되는 정책을 지지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부정적인 정책의 핵심단어 앞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특정 정당은 대중들이 자신들의 정책에 동조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숲을 개발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정책을 ‘건강한 숲’ 만들기라고 명명할 경우, 대중들은 어떤 방식으로 숲을 만들어나갈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건강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된다. ‘건강’이 갖는 긍정적 이미지는 정책까지도 긍정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정당의 이 같은 프레임 사용으로 환경 보호론자 조차도 이 건강한 숲 만들기 정책에 동조하게 되고 말 것이다.

저자는 프레임이 위험한 가장 치명적인 이유로 프레임의 불변성을 꼽았다. 한 번 뇌에 새겨진 프레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다른 의견이 간섭해도 변하지 않는다. 기존의 프레임에 반하는 사실을 접할 경우 그 사실은 옳지 못한 일이 돼버린다. 오로지 프레임과 부합하는 사실만을 받아들일 뿐이다. 저자가 언론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언론은 대중들이 특정 정당이 만든 프레임에 걸려들어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언론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을 알아내 그것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정당과 연계해 대중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를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오히려 그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언론이 이와 같이 바람직한 일을 해낼 때야 비로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정치에 투영할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론이 단어 하나까지도 유의해 보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새롭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언론에게만 임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우리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 저자의 주장은 언론보도의 사실관계나 주제의 보도 비중에만 관심을 두던 우리에게 새로운 각성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