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기(생명과학04)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조선 정조 때 이옥이라는 성균관 유생이 있었다. 이 때 유생인 그가 정조에게 올린 응제문에서 성리학적 세계관에 반하는 패관문학의 문체를 사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당시 성균관이 고전연구에만 매달린 게 아니라 학문의 전위에 서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이러한 성균관대의 전통이 바뀐 것을 의심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을 봤었다. 그리고 90년대 음란성 논란을 일으켰던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란 원작 소설을 읽고자 했다. 하지만 책은 이미 절판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았지만 과학도서관에는 준비 중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 후 군대에 다녀와서 다시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검색해보았다. 과학도서관에는 분실 후 정리 중이라고 뜨고 중앙도서관은 대출 불가였다. 그리고 2개월에 한 번씩 그 책을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 과학도서관은 계속 정리만 하고 있고 중앙도서관 쪽은 대출 불가다. 도대체 중앙도서관에서 내세우는 대출 불가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타대 도서관에서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검색해봤다. 책이 있는 서울대, 서강대, 연세대는 모두 대출 가능한 상태였다.

이 상황을 놓고 보니 2000년 이전의 사전심의제도가 떠올랐다. 그 당시 문학은 심사위원들의 판정에 따라 국민 정서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결정됐고 정서에 반한다고 판단된 작품은 난도질 됐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대출 불가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해본다.

물론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확실한 근거는 없으며 단지 가능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대출 불가가 사전 검열의 기회로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