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해정 기자 (aqua509@skku.edu)

노크를 하려고 가볍게 말아쥔 손에서 땀이 났다. 주먹을 쥐기까지 복도를 왕복하기를 수차례, 심호흡도 수차례에 걸쳐 하고는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다들 하는 일인걸. 겁먹을 필요 없어'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려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첫 기사를 위해 찾아간 곳은 600주년 기념관에 위치하고 있는 유학연구소였다. 작은 연구소 안에 발을 내딪고 들어왔어도 칸칸히 책상들 사이로 쳐져 있는 벽들이 다시금 용기를 내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저...성대신문사에서 왔는데요. 아까 취재하러 오겠다고 전화드렸던 기자입니다" 잠시 적막이 흐르는 그 찰나, 펜을 쥔 손에 다시금 땀이 배어왔다.

그 때, 갑작스레 뒤쪽에서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 제가 아까 전화받았던 사람입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이 말 한마디에 벌써 나는 취재가 절반은 끝난 느낌이 들었다. 취재원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녹차잔을 받아들었다. "드세요" 가벼운 미소로 답하기는 했지만 너무 긴장해서 잔을 들면 손이 덜덜덜 떨릴 것만 같아 애꿎은 펜만 꼭 부여잡았다. 어색한 모습으로 명함을 꺼내는 나는 진정 초짜 기자의 모습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도 감격스런 취재원의 첫 명함을 건네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드디어 나도 진정한 신문사의 기자로서 첫 발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선배에게 체크를 몇번씩 받은 질문지를 꺼내들며 차근차근 질문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속기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그때는 왜그렇게도 빨리 글씨가 잘 써지던지. 취재원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덕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긴장감과 서투름 속에서 시작된 나의 첫 취재는 무사히 끝났다. 운 좋게도 첫 취였던 나에게 기사에 참고하라며 연구소에서 나온 책까지 받아 들고 연구소에서 돌아 나오던 그때의 마음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입꼬리가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귀까지 걸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은 하나 하나 쌓아 올려간 경험들 덕에 과거의 긴장감에 잔뜩 사로잡혔던 나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지만 그날의 내가 있었기에 조금은 여유로운 지금의 나도 존재하는 것일 터. 가끔은 그 때의 어리 버리했던 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