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기상관측을 시작한 지 몇 십년 만에 가장 따뜻한 날씨라고 호들갑을 떨던 것이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요 며칠은 따뜻한 외투가 그리울 정도로 봄바람이 쌀쌀하다. 인심이 조변석개이다 보니 날씨도 변덕을 부리나 보다. 그러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인심과는 달리 날씨는 매 순간 적절한 균형을 잡으며 계절의 변화를 따른다. 꽃샘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지나가는 봄바람일 뿐 결국에는 여름이 온다. 변화무쌍한 듯 보이지만 균형을 잡으며 계절을 따르는 날씨를 보면서 우리 대학의 발전 방안을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 대학의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다른 대학들에 비해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노력을 경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대학을 월등히 앞서가는 것도 아니다. 다른 대학보다 한발 앞서 경쟁력에 눈을 떴기에 상대적으로 좋아져 있는 것뿐이다. 학문이, 그리고 대학이 상대적으로만 평가되어서는 곤란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듯이 대학도 상대적인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 대학이 지금의 상대적 성취를 유지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우리 대학의 구성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목표가 정해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자연현상과 사람 사회가 다른 점이다. 전반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해 가는 듯이 보이는 날씨는 감정이나 의견을 갖지 않은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역학적인 계산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연 현상과는 달리 조직에서는 누군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방향을 설정하고 일을 추진해 나간다. 또한 그 일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감정과 의견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한 조직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패는 사업의 목적과 방법을 구성원들이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사업이 성공하려면 다음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구성원들이 목표를 수용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람은 자결권을 갖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명시적인 것이든 묵시적인 것이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목표를 수용한 것이라고 구성원들이 상황을 받아들이면 결과는 신통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유능한 중재인은 참가자들이 모두 자기가 주도적으로 협상안을 도출한 것처럼 느끼게 한다. 둘째,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수단이 구비되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수단이 밖에서 구해진다면 구성원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되기에 사업을 추진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재원의 일부를 새 사업에 할애해야 하는 경우 제로섬게임이 되기 때문에 목적에는 동의를 해도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구성원의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수단에 대해 오해가 있다면 지성의 산실인 대학은 이성적으로 오해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대학의 현실을 인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대학의 모든 사업이 추진되는 진정한 의미의 성숙한 대학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