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참 모순적이지 않은가.

햇빛 쨍쨍하고 높은 하늘을 보고서 우울하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밤에는 죽죽 젖어가며 행복하다는 것이. 인생을 그리 부단히 복잡하게 살아왔다. 뭣하나 좋지 않은 게 없었고 뭣 하나 싫지 않은 것도 없었다. 행복할 때에 걱정에 죽고 걱정할 때에 행복에 미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랑도 너무 쉽고 동시에 어렵다. 내 몸과 눈이 어려서, 서로의 반짝이는 눈에 반하기 쉽고, 나의 모든 것을 주기가 너무너무 쉽다. 사랑의 진입이 세밀하게 자극적이고 간단하다. 단 한숨의 눈 마주침으로 인해 나는 푸른 마음을 맡긴다. 단 한 번의 손 잡음으로 인해 흰 몸을 내비친다.

우리의 영혼은 어디서 오나 생각한다. 우리의 끌림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언제나 사랑에 힘겨워하는 나의 몸뚱아리를 잡고 누운 침대에서, 몇몇의 말들을 떠올렸다. 사랑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나 자신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남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놈의 유튜브에서. 알랭 드 보통이란 사람이. 어푸어푸. 어렵다. 사랑. 나는 나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아니면 누가 날 알아줘. 흠. 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은 조금 맞다. 그렇지만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이 나를 사랑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인간들이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뭘 안다고 사랑해라고 묻던 지난 날의 내가 좀 쑥스럽다. 내가 수년간 너를 피 말렸겠구나. 이젠 아주 조금은 알겠다. 뭘 알아서 사랑하냐 다 잘 모르니까 사랑하는 거지. 몰라도 어렴풋이 다 알 수 있으니까, 사랑한다고 논리적으로 거짓말을 펼쳐놓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이상향적으로 어필되는 거짓들. 그 속에 제대로 박힌 진심과 함께 걱정 없이 풍덩 빠질 수 있다면.

있잖아, 사랑은 이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이해해 보고 싶은 얄팍한 욕심의 덩어리가 커져서 주체할 수 없게 되는 것일 뿐. 가져보고 싶으니까 사랑할 수 있는 멍청한 일들. 사랑하니까 이해하는 거지 이해하니까 사랑하는 게 아니다.

진짜 사랑을 가리기 위해 평생을 생각했는데, 사랑은 죄다 진짜 같기도 하고 전부 다 도리어 거짓 같기도 하다. 사랑은 예, 아니오로 가릴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암초처럼 버티고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사랑하기 싫었는데, 사랑해 버려서, 사랑이 쉽고 또 어렵다. 이렇게 철학적이게 진짜 사랑 가짜 사랑 타령하다 보면 사랑을 애초에 하지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잇몸에서 꿈틀거리면, 한발 내디뎌 보자. 후회 없게. 사랑 됐고 네 좋을 대로.

내게는 사랑은 바보 환각제 같다. 이놈의 멍청하고도 환상적인 환각제. 그리하여 좋을 대로. 아프지만.

오늘이 모두에게 지나치도록 깜깜한 밤이었으면 좋겠다. 조용히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추적추적 마음들이 제 자리를 찾고,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란 개념 들을 서툴러도 자신 있게 사랑하기를.

 

조은영(컬처테크 20)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