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고향 강릉의 석호 경포호수가 오염되었다가 다시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수년에 걸쳐 목격해왔고, 그 과정이 호수에 얽힌 설화와 함께 아주 오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지금 사는 율전캠퍼스 정문에서 건널목을 한 번만 건너면 일월(日月)저수지가 나온다. 그 둘레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향의 호수가 떠오르곤 했다.

옛날 경포대에는 달이 다섯 개 떴다는데 여기는 달이 많아야 두 개 뜬다는 불만 어린 마음에서 출발했다. 세 개는 좀 그렇고 내가 하나라도 더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일월(日月)이 일월(一月)로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자연과 도시의 순환,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과 생태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주한 많은 아름다움과 아픔, 활자와 말들 사이 내가 느낀 것들을 잘 말려 소설 사이사이 끼우고 싶었다.

당연하겠지만 K와 Y,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사람은 나의 파편들이다. 모순되고 지독한 회피형인 나, 건축과 도시를 사랑하는 나, 지구에 매 순간 죄책감을 느끼는 나, 공상에 빠지곤 하는 나. 돌아보니 결국은 반성 어린 마음과 함께 내가 읽고 싶었던 것,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써버린 것 같다.

모든 것과 별개로 중간중간 피식 웃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살짝 유치해서 더 정감 가는 것들에 애정을 느낀다. 지나친 낙관으로 읽혔을 진 모르겠지만, 어설픈 문장들 사이에서 누구든 어떤 재미와 의미, 가능성을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벅찬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과분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여기고 문학과 건축이 가진 영향력을 계속해서 무겁고 어렵게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