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부담을 이고 첫 문장을 적는다. 능력에 비해 과분한 평가를 받은 것 같다는 불안을 지우기 힘들다. <실비아의 죽음>은 시를 갓 시작했을 때 쓴 글이기 때문이다. 문자를 받고 이틀간 허위 광고를 내건 사기꾼이 된 기분에 빠졌다. 시에서만큼은 거짓말쟁이가 되지 말자는 다짐을 지키고 싶어 좋은 문장이 아니면 쓰기 싫었다. 강박이 찾아오니, 이러다 앞으로 아무 것도 쓰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어디선가 들은, ‘글과 결혼하겠다고 하지 마라. 글은 너와 결혼해주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글을 써야 할 숙명을 타고난 적은 없다. 견디기 힘든 문장을 털고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만지기 위해 글을 시작했다. 타인과, 세상과 화해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 나와 화해하기 위해 시를 쓴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문장은 수많은 안 좋은 문장과 섞여서 나올 것이다. 꾸준히 오래 쓰다 보면 마음에 드는 시를 한가득 그러쥘 수 있을 거라 낙관해본다.

시와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시의 세계는 내게 새로 개장한 놀이공원 같다. 아직은 신나게 놀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끝없는 질문과 사유의 깊은 공백들이 눈앞에 보인다. 잘 모르는 만큼, 즐겁게 탐험해나가고 싶다. 

다정한 마음을 가진 시창작연습 학우님들과 여정의 시작을 함께한 건 순전한 행운이었다. 내게 기회를 열어주신 심선옥 교수님께도 더없이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시기를 오랫동안 소중히 품고 살 것 같다. 영문학을 통해서는 실비아 플라스의 삶과 죽음을 비롯해 내 시야보다 넓은 세계를 보도록 도전받는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쓴다지만, 사실 내 곁의 인연들에게 빚지며 글을 쓴다. 그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