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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김이정(국문 17)

 

소리의 윤곽이 날카로워 마음에 생채기를 냅니다
명치를 움켜쥐어도 만져지지 않는 병
 

물은 모서리가 없어 날카롭지 않습니다
정수리서 시작하여 몸을 휩쓸고 홀연히 사라지는 모양새가
아마 타원형입니다
비가 오면 나를 뺀 세상이 젖습니다


손때 묻은 거울 앞에서 나는 영영 불결합니다
흐릿한 테두리가 투명한 듯 불투명하고
손바닥을 대면 복잡한 그림자가 묻어납니다


어제들을 훑고 싶다면 수평으로만 움직여도 충분합니다
손을 떼면 사람들은 픽 픽 쓰러지고
모두가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그땐 세상이 투명해집니다


피사체 없이 감독만 존재하는 다큐멘터리
바깥이 더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김이정(국문 17)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