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빛의 왈츠

배예진(프문 20)

 

길고 긴 이야기의 끝에 새로운 시작이 있다면 말야
그 안에는 갓 태어난 청록색 빛깔을 뽐내는 행복이라는 주머니가 있었으면 해
그래서 그 영롱한 빛의 가루에 흠뻑 젖었으면 좋겠어
이번 이야기에서 나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무용수였어
발톱이 다 빠져 새빨간 물을 뚝뚝 흘리면서 죽음의 왈츠를 추었지
이 지옥의 춤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엔딩 없는 탭댄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시뻘건 발에 묶여 
나도 같이 검붉은 덩어리로 침잠되어 버렸어
휘몰아치는 리듬의 물결 속에서 새파란 하늘에 소원을 빌었지
다음 이야기의 음악은 느리고 잔잔한 클래식이길 바라면서 말야
다시 시작되는 책의 첫 페이지에서 난 한 마리의 우아한 백조가 되어 춤을 출 거야
축복의 이슬비 속에서 윤기 나는 새빛의 털을 뽐내는 백조가 될래
그래서 시뻘건 구두를 신은 발이 생명의 치유를 받아 저 비옥한 땅에 뿌리를 내렸으면 해
흙의 붉은 빛이 순결한 빛의 빛깔로 변할  때
나는 비로소 싱그러운 풀잎에 비친 성스러운 이슬이 될 거야


 

배예진(프문 20)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