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200 편의 시가 응모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시의 위기를 논하는 시대에 일종의 놀라움이었다. 코로나라고 하는 초유의 사태가 세상과 자기를 되돌아보게 하고 인간 삶의 진실에 대한 갈증을 더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 언어는 그 근본에 있어 성찰의 언어이고 피상적인 일상의 언어를 초월하는 또 다른 언어이다. 그러나 응모한 대부분의 시들이 아직 개인적인 차원의 감정을 나열하는 데 그쳐 보편성을 획득할 만큼 시적으로 형상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시는 감정의 토로가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T. S. 엘리엇의 말과 Archibald MacLeish가 “Ars Poetica”에서 “A poem should not mean / but be” 라는 말을 되새겨보면 앞으로 보다 더 좋은 시를 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statements)가 아니라 말하는 새로운 존재 (being)이기 때문이다.  

최우수상으로 선정한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시적 성취도와 완결성에 있어 여타의 작품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좋은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거울 나라에 사는 엘리스를 통해 거울이라는 세계에 갇힌 현대인의 자폐적 고독과 우울을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선명한 이미지와 적절한 은유로 시적 주제를 끌고 가는 힘이 돋보인다. 우수작으로 선정한 <실비아의 죽음>은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노래한 실비아 플라스의 “You’re” 에 나오는 7개의 단어를 사용해 그녀의 자살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양서류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부인당하고 포유류로 살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새하얀 수면”의 삶이라는 선명한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다. 가작으로 선정한 <빛의 왈츠>는 “지옥의 춤”과 같은 화자의 삶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무용수” 등의 표현을 통해 헤어날 수 없는 자기 착취를 강요 당하는 현재 청춘의 상황을 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우아한 백조” “축복의 이슬비” 등과 같은 도식적인 은유가 시의 진정성을 해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이 외에도 이미지에 잠식된 인식주체의 허구를 인정하면서도 그 이미지의 세계에 매혹된 자아를 보는 또 다른 눈을 배치하여 인식의 혼란함을 차분하게 그려낸 <드레스덴>, 적절한 행갈이, 묘사, 시적 표현, 어조로 ‘아버지’의 삶을 담담하게 포착하고 있는 <바다와 석화>, 유년시절의 슬픔을 물고기에 인유하며 언어를 다루는 지구력을 보여주는 <외로운 날의 위로> 도 눈에 뜨이는 작품이었다.  

수상한 학생들에게 그리고 특히 응모한 모든 학생들에게 시신이 미소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명륜당의 은행은 이제 노란 잎을 떨구고 벌써 흰 겨울 너머 새끼 손가락 손톱 같은 새싹을 내밀 봄을 준비하고 있다. 
 

 

김원중(영어영문학과)·정우택(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