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팬데믹이 두해를 넘어설 것 같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성대문학상에 응모한 소설에도 코로나19가 뒤바꾼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삶을 제재로 삼은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의 응모작의 편수와 경향성에서 팬데믹의 짙어진 영향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최우수작을 내지는 못했지만 작년 59편의 응모작에서는 동물 우화, SF, 퀴어서사 등 정상성의 각본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건강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22편이 응모된 올해에는 그런 움직임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두 해나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상황과 결부되어, 더 견고해진 사회경제적 계서제에 우리 젊은 창작자들의 상상력과 사유를 붙박아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원룸, 고시원, 24시간 편의점, 폐쇄병동 등 폐쇄적인 공간설정이 두드러진 응모작들은 그 자체로 이 시대 청년들에게 구조화된 삶의 곤궁함을 드러내는 문학적 증언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그런 경향 속에 간혹 발견된 혐오표현은 불길한 징후로 보인다. 그것은 물려받은 관습으로의 회귀이며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차별과 폭력에 가담하는, 오히려 쉽고 평범한 길이다. 

오랫동안 어떤 문학들은 지배적 관습을 배반하지 못함으로써 유아적 자기 위로의 기능만을 반복했을 뿐 독자와 이웃들에게 아무런 창조적 윤리적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음을 말해두고 싶다. 정말 다행인 것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돌아오는 달>을 최우수작으로 뽑는 데 이의나 망설임이 없었다. 그만큼 뛰어난 통찰력과 솜씨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달과 도깨비를 통해 분위기 있는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능력과 문장력도 개성과 안정감이 있거니와, 일상을 가난하지 않게 만드는 생태적 상상력과 우정에 대한 사유를 소설에 적용한 것을 보면 작자가 이미 삶의 대한 성숙한 시각과 단단한 마음을 가진 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공간과 그 속을 사는 인간을 공부하는 건축학도가 쓴 좋은 작품이었다. 

<낭만은 난장판>은 지난 시절에 자행된 간첩만들기의 메커니즘이 적/아를 연기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사회라는 무대장치에 의한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탈진실’이 그 진실성의 여부와 무관하게 지배적 관료체제를 움직이는 뗄감으로 쓰인다는 것을 보여준 신랄하고도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가 이미 이 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다른 응모자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역시 흔쾌한 격려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혜령(동아시아학술원)·천정환(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