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연구중심 선도대학”은 우리 대학 vision 2030의 두 번째 큰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 소프트웨어를 혁신하며, 연구형 학문후속세대 육성에 투자한다”는 선언이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라있다. 실로 고무적인 비전이며 말이지만, 과연 이 목표가 얼마나 현실성 있게 실행ㆍ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네 가지 면에서 그렇다. 

첫째, 국가의 학문후속세대 육성사업에 의지하는 것 외의 우리 대학의 독자적인 학문후속세대 육성 계획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대학은 4단계 BK21 사업에서 전국 최고 수준으로 많은 사업단(팀)이 선정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대학원 장학금은 줄고 BK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학문단위들은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BK사업이 만병통치약도 영원하지도 않으니, 독자적인 학문후속세대 육성 계획이 없다면 ‘연구중심 대학’이라 할 수 없다.

둘째, 학문후속세대 육성에 대한 투자는 그야말로 ‘연구중심 선도대학’을 위한 사활적 과제일 수밖에 없을진대 그 투자 재원이 어디서 어떻게 마련될지 궁금하다. 학교의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동문과 개인 차원의 발전기금을 넘어 재단과 대학본부는 어떤 구체적인 재정 확충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재정의 현황과 구조에 대해 투명하고 솔직하게 대학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머리를 맞대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꼭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셋째, 일부 낡은 정책이 고정관념화된 채 학교 발전과 학문후속세대 육성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연구자를 지향하는 학생들은 당장 대학원 과정에서의 장학금만이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삶에 필요한 기본적 자원과 전망이 필요하다. 특히 오늘날 대학원생들은 한국 대학의 전반적 위기 상황과 연구자교수직의 불안정함 때문에 망설이고 두려워한다. 이에 대한 우리 대학의 답은 무엇인가? 오래된 학부 출신에 따른 임용 제한 정책이 이제 오히려 어떤 편중을 만들어내고 본교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구자
육성과 인사정책의 기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본교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과 대학원의 명실상부한 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문후속세대가 본부의 대학원 정책과 미래 비전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학생 성공’ 사례를 모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많은 학생들, 그리고 연구교수, 비정규직교수로 힘겹게 살고 있는 동문과 후속세대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학교 경영진과 재단이 대학원생 뿐 아니라 박사과정 수료생, 시간강사, 포닥 연구원, 연구교수들을 모아 놓고 무엇이 학교의 정책 중에서 아쉽고 미래를 위해 새로 필요한 것인지 들어볼 것을 제안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불안과 피로가 매일 피부로 느껴진다. 장밋빛으로 채색된 구호보다는 솔직한 소통, 눈앞의 성과와 효율을 위한 압박이 아닌 민주적인 거버넌스와 분권, 허세 섞인 양적 지표와 타자의 칭찬보다는 작은 내실들과 실질적 지원의 축적이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것이 전제될 때만 국내외의 학문후속세대가 흔쾌히 우리 대학원을 선택하고, 연구중심 선도대학의 비전이 현실이 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