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수빈 기자 (tvsu08@skkuw.com)

온라인 극장 등 연극 접근성 높이기 위해 노력
대학로 활성화 위해 공공 지원 확대 필요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집합이 금지되고 공연이 전부 취소되면서 작년 말부터 계속 힘들었죠. 특히 지난 8월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준비하던 연극을 끝내 관객 없이 지인들만 초청해 공연했어요.”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위치한 아마추어 극단 좋은사람들의 김동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어려움을 이와 같이 털어놨다. 연극의 메카였던 대학로는 2004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고, 이 영향으로 코로나19 창궐 전까지 많은 소극장이 문을 닫았다(본지 1661호 ‘우리의 삶을 담은 연극, 그 무대의 뒤편을 만나다’ 기사 참조). 그러던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그에 대한 방역 조치로 인해 공연사업이 위축되며 대학로는 지난 2년간 더욱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대학로 소극장, 한 집 건너 한 집이 공실
지난 2일 오후 5시경 기자가 방문한 대학로 중심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낙산으로 가는 뒷골목은 지나다니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적한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 집 건너 한 집의 건물 창문과 현장 매표소에 걸린 임대 현수막이었다. 실제로 혜화역과 가까운 대학로 동숭동 1-78번지 건물 지하의 윈씨어터 소극장은 작년 8월 인기 코믹극 <리얼리티>를 공연했지만 지금은 건물 외벽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연극 <연애플레이리스트>로 유명한 D:BASE 극장이 있던 1-96번지 건물도 현재 지하부터 지상 2·3·4층이 전부 공실이다. 대학로 한솔부동산의 홍수정 공인중개사는 “대부분의 소극장이 들어선 건물의 지하층은 지상층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한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른 2020년 한 해 연극 매출액은 161억 7645만 원이다. 2019년 한 해 매출액이 310억 2601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소극장과 같은 소규모 공연시설은 방역지침에 따라 좌석 간 띄어앉기 등을 준수하면서 동원할 수 있는 관객 수가 줄어 경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고스란히 공연 예술가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동숭동 드림아트센터에서 진행됐던 연극 <폭풍의 언덕>에 출연한 김민정(연기예술 18) 학우는 “공연계가 위축되면서 배우 입장에서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원래 데뷔작으로 준비하던 공연이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취소되면서 예정됐던 때에 데뷔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연기예술학과 이경성 교수는 “대부분의 공연 예술가들이 지난 2년간 깊은 심리적 좌절을 느끼고 연극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면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공연계가 관객이 얼마 없어도 끊임없이 공연을 이어온 점과 거리 공연을 하거나 온라인 극장을 연 것도 연극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취소와 비대면 수업에 한숨 쉬는 대학로 소상공인
대학로 공연사업이 위축되고 우리 학교를 포함한 성신여대, 한성대 등 인근 대학이 비대면 수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들자 대학로에서 소매업이나 외식업, 서비스업을 하는 소상공인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로 소나무길번영회가 대학로 소나무길에 게시한 ‘대한민국 자영업의 사망에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소상공인이 처한 상황을 여실 없이 보여줬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2대째 청국장 전문점을 운영하는 손해심(44) 씨는 “대학로의 위상이 변화하면서 이전부터 손님이 계속 줄어왔고, 코로나19 이후에는 대학생들과 공연 관객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대학로 뒷골목 상권은 이제 거의 죽었다고 봐야 한다”며 “집합 가능 인원수와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하루에 3~4명의 손님만 온 날이 허다할 정도로 지난 2년 동안 꼬박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가게는 건물을 임대하지 않아 월세가 나가지 않은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골목까지도 사람들이 올 수 있게 대학로에 공연이 많이 올라오도록 정부의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대학로가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업극이 아닌 실험적인 극들도 살아남아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므로 예술인에게 공간을 지원하는 등의 공공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과 위드 코로나 시행, 대학로 활기 되찾을까
공연업계 회생을 위해 정부는 예술인력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공연예술 분야 인력 지원 사업’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문화재단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예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예술청을 개관하기도 했다. 김서령, 여인혁, 장재환 공동예술청장은 “예술청은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공모사업이나 기획사업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며 “이를 통해 대학로를 비롯한 예술 현장 곳곳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함께 만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하 위드 코로나) 첫 단계가 시행되면서 대학로가 다시 활기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로 소극장들은 공연 회차를 추가하는 등 완화된 방역지침에 따라 관객 맞이에 나섰다. 지난 7일 연극 <옥탑방 고양이>를 관람한 대학생 이연재(19) 씨는 “공연을 다 보고 밖에 나오니 다음 회차 공연을 기다리는 줄이 굉장히 길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라 새로이 바뀐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공연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평일 오후 한적한 대학로.
사진ㅣ박수빈 기자 tvsu08@
공실이 된 소극장.
사진ㅣ박수빈 기자 tvsu08@
대학로 소나무길번영회 현수막.
사진ㅣ박수빈 기자 tvsu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