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인터뷰 - '비온뒤무지개재단' 선영·신필규 활동가   

당신도 누군가의 앨라이가 될 수 있습니다
비가 그치면 이 기록 위에도 무지개가 뜨기를

 

지난 2일, 국내 최초의 성소수자 남성 그룹 ‘라이오네시스’가 데뷔곡 ‘Show Me Your Pride’를 발표했다. 라이오네시스의 데뷔를 지원한 곳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화적 가치와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비온뒤무지개재단(이하 무지개재단)’이다. 성소수자의, 성소수자에 의한, 성소수자를 위한 문화는 얼마나 될까? 무지개재단 사무국의 선영·신필규 활동가로부터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무지개재단은 성소수자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 사업과 학술 연구 등 다양한 문화 인권 활동을 지원한다. 어떤 분야의 활동이 늘어나야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존재의 가시화에 도움이 될지 고려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성소수자가 스스로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드러나고, 문화적 접점도 생겼으면 한다.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도 더 증가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문화 콘텐츠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이터널스>에도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런 흐름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술은 그 시대의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반응한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활발해지고 관련 담론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는 만큼 문화적 측면에도 반영된 것 같다. 다만 창작 과정에서 기존의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으면 한다. 성소수자를 표현하는 데 있어 특정한 패턴이 보일 때가 있다. 전형적인 묘사 대신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은 어떨까. 


길벗체 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길벗체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담은 서체로 책임개발자 숲, 제람 등과 함께 개발했다. 한글 글씨체 최초로 무지개를 담은 6가지의 전면 색상을 지원했으며 글자에 최대 6색까지 담긴 것이 특징이다. 현재 △길벗체 △트랜스젠더 길벗체 △바이섹슈얼 길벗체까지 총 3종이 출시됐으며 제작 과정을 다룬 책의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담은 글씨체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하우 가 담긴 관련 자료를 전부 공개할 예정이다.


‘나는 앨라이(Ally)입니다’ 캠페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앨라이란 성소수자와 연대하고 인권 활동을 지지하며, 차별에 반대해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어원은 옹호자연대자 등을 의미하는 단어 ‘alliance’다. 앨라이는 그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별도의 집단으로 지목된 적이 없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새로운 집단의 시작인 만큼 사회적으로 잘 인식되는 것이 중요해 부르기 쉬운 이름을 붙이고자 했다. 처음에는 영어 발음을 따라 앨리라고 표기했다가 억양이 친근하지 않은 것 같아 앨라이로 변경했다. 해당 캠페인은 앨라이의 개념을 정의하고 널리 알리는 등 성소수자와의 연대를 위한 것이다. 


무지개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은 어떤 공간인가.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딜레마는 관련된 기록이 잘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소수자가 과거에는 없다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전에는 기록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퀴어락은 공적으로 기록되지 못한 다양한 역사를 보관하고자 한다. 자료를 기증받을 때도 경중은 따지지 않는다. 또한 성소수자를 차별혐오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남기고 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양상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인 내용만 저장한다면 지금까지 존재했던 차별과 혐오의 역사적 맥락을 보여주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성소수자의 인권역사 연구에 있어 퀴어락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지개재단 사무국의 퀴어락 아카이브
무지개재단 사무국의 퀴어락 아카이브
사진ㅣ손재원 기자 magandslo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