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이화 (exhwa@skkuw.com)
일러스트ㅣ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새벽배송 증가하자 
교통사고 건수도 크게 증가
퀵커머스 시장 등장으로 
골목상권은 휘청

 

'이제는 하루배송 시대', '오늘 주문 내일 도착’. 이제는 익숙한 마케팅 문구다. 빠른 배송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우리 학교 박해울(아동 18) 학우는 해당 서비스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박 학우는 “빠른 배송과 새벽배송이 편리하긴 하지만 내 주문이 노동자들의 과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점점 과열되는 속도 경쟁, 이대로 괜찮을까?

이제는 새벽배송 시대, 그 이면은?
유통업계의 배송속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쿠팡을 비롯해 롯데ON, SSG닷컴 등 많은 유통업계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와이즈앱, 와이즈리테일이 식품 새벽배송 전문몰 연간 결제금액 추이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간 결제추정금액이 재작년 6051억 원에서 작년 1조 3137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식료품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군에서도 하루배송 및 빠른 배송 서비스를 내세웠다. 쿠팡은 로켓프레쉬·로켓배송을 통해 △가전제품 △건강식품 △인테리어 용품 △자동차 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하루 안에 배송한다. 의류와 화장품 업계도 자체적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은 ‘오늘 도착’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패션 스타트업 브랜디 역시 ‘하루배송’ 서비스를 통해 작년 5월부터 동대문 의류를 당일 또는 다음날 새벽에 배송한다.

한편 새벽배송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택배기사의 장시간·야간 노동이 일상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벽배송 시장 규모 증가와 함께 교통사고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심야시간(오후 11시~다음날 오전 6시)에 발생한 영업용 화물차 사고는 2019년 총 1337건으로, 2017년에 비해 약 9배 급증했다. 

새벽배송도 이젠 느리다, 퀵커머스의 등장
퀵커머스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5분에서 1시간 만에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오전에 주문한 상품을 오후에 받는 하루배송이나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상품을 받는 새벽배송보다 훨씬 빠르다. 업체들은 도심에 여러 개의 물류센터를 두고 이를 거점으로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라이더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송 시간을 단축한다. 배송 가능 상품은 신선 제품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하며 배달의 민족 B마트, 쿠팡이츠 마트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퀵커머스에서 취급하는 품목 대부분이 기존 슈퍼마켓이나 식료품 가게와 겹쳐 골목상권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중소상인장엽업자총연합회 이호준 가맹위원장은 “퀵커머스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골목상권의 대표 업종인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팔고 있는 상품이다”며 “배달료가 있지만 최소주문 금액이 따로 없고 가격 할인까지 더해져 골목상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음식 배달도 더 빠르게 빠르게 
배달 음식에 대한 속도 경쟁은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다. 2011년, 30분 배달제가 논란이 되자 도미노피자는 20년 만에 30분 배달제를 폐지했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배달 기사들은 시간 압박을 다시 느끼게 됐다. 우리 학교 남현석(통계 17) 학우는 배달의 민족 커넥트(이하 배민 커넥트)에서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석 달간 배달 일을 했지만 안전이 우려돼 일을 그만뒀다. 남 학우는 “라이더용 앱에 나오는 도착 예정 시간이 촉박하게 설정돼 있어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민 커넥트의 경우 현재 배달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다음 배달 목적지로 배차됐다”며 “배차가 되면 1분 안에 휴대폰을 조작해 수락해야 했는데,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도중에 배차가 이뤄지는 경우 매우 위험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많이 배달할수록 더 많은 배달료를 받는 시스템은 속도 경쟁을 부추긴다. 남 학우는 “다른 차량들을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1시간에 약 2건의 배달을 할 수 있는데 빠르게 다니면 4건까지도 가능하다”며 “욕심내서 속도를 올리면 시급이 두 배인 셈이니 위험하게 운행하는 배달원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당 점주도 빠른 조리에 대한 부담에 시달린다. 치킨 프랜차이즈 매니저로 일하는 A씨는 “식당에서 조리 시간을 미리 설정할 수 없는 일반 배달의 경우 시간적 압박을 심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가 확대되며 주문량에 비해 라이더 수가 적어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A씨는 “주문량에 비해 라이더 수가 적어 배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배차가 지연돼 기사들이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 음식은 식게 되고, 이로 인해 고객이 낮은 별점을 주면 피해는 고스란히 음식점의 몫이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는 혜택만 있나요?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현재는 플랫폼들이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해 빠른 배송에 소요되는 비용의 대부분을 플랫폼 측에서 지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시장 선점 이후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면 소비자는 이에 저항할 수 없고 종속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택배 및 배달의 증가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 증가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3개 새벽배송 업체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과대포장을 줄여야 한다’가 전체의 24.1%로 1위를 차지했다. 

충북대 소비자학과 유현정 교수 또한 “빠른 배송환경을 통해 소비자의 편익이 확대되고 고용 시장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간의 삶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좀 더 순화된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측면을 모두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배달 오토바이. 
사진ㅣ김이화 기자 exhwa@
횡단보도를 건너는 배달 오토바이
사진ㅣ김이화 기자 exhwa@

 

배달의 민족 B마트에서 상품이 배송된 모습.
사진ㅣ김이화 기자 exh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