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전의 날인 오는 18일 수험생은‘대학 입시’라는 어쩌면 인생의 첫 관문을 넘게 될 것이다. 대학을 놓고, 내신이니 수능이니 하는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거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들 앞에는 더 큰 관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경쟁은 과열됐다. 대입, 취업, 승진 등 끊임없는 경쟁의 굴레에서 승자와 패자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이에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담론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중 능력주의에 기초한 절차와 형식의 공정이 뜨겁다. 시험과 같은 경쟁으로 지위가 결정돼야 한다고 보는 해당 공정은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에 의해 더욱 타올랐다. 

이러한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가 강해진 이유는 그들이 경쟁에서 끊임없이 좌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자본의 차이, 기득권의 비리 등에 쓴맛을 느낀 청년들은 최소한 경쟁의 과정이라도 공평하길 바라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에서 절차만을 공평하게 한다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능력주의를 밀어붙인다면 결과적 불평등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형식적 공정에 대한 요구가 부당하단 것은 아니다. 형식적 공정은 더욱 발전된 논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능력주의도 역사적으로 진보적인 사상으로 평가돼 온 만큼 거부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그것들을 맹목적으로 쫓아선 안 된다. 사회가 ‘불공정’의 타파에만 매몰될 때 ‘불평등’의 문제는 도외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형식적 공정과 능력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너도나도 그 필요성을 말하며 공론장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그것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성숙하게 자리하기 위해선 충분한 고찰이 필요하다. 담론이 형성된 배경의 정확한 이해 없이 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만 높여선 안 된다.

근본적인 문제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에 공정에 대한 담론은 필히 평등과 함께 가야 한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때론 형식적 공정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정당화하기도 한단 것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허구에 가깝다. 이런 꿈 같은 소리에서 벗어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형식적 공정과 능력주의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어떤 공정이 필요한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할 때다. 
 

강수민 편집장 mini993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