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나는 평범한 것을 증오한다”. 중학교 시절 어디서 누구로부터 접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전··린”이라는 석자와 함께 나의 뇌 속에 오랫동안 각인되어 왔던 구절이다. 그 때는 그 구절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평범하지 않고 비범한 삶을 살아야지 했었다.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한 첫 해 우연히 독어독문학과 교수님과 인사할 기회가 있었고, 그 분을 통해 전혜린씨가 우리 학교 교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랜만에 그 구절이 떠올랐다. 그러나 나의 가치관은 언제부터인가 바뀌어 있었다. “평범한 것이 아름답다”로.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이 있을 때 우리는 비범하다고 한다. 타고난 비범은 그 자체가 축복이다. 그런데 타고 났던 그렇지 않던 남들과는 달리 특별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 남들보다 더 많은 재물, 명예, 지위, 권력을 소유함으로써 특별해지고 싶어한다. 그러한 소망이야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을 너무나 맹목적으로 추구하면서 인생이 삐걱대기 시작한다.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을 판단하고, 남들을 짓밟으려고 한다. 소망대로 되지 않아도 불행해하고 소망을 이루었어도 만족할 줄 모른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통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남들보다 대단하지 못해 자책하고 남들보다 더 낫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아잔 브라흐마는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서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평범한 존재이다. 삶에서의 평범은 특별함이나 비범함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하루 하루의 삶이 축복처럼 다가온다. 자기보다 잘 난 사람을 보고 배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못 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감사할 줄 알게 된다. 하루 하루의 삶에 감사하고, 현재에 충실하며, 자존감을 갖게 된다. 코카콜라의 CEO였던 더글라스 대프트는 밀레니엄 신년사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고,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말며,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음미하는 여행이라고 하였다. 혜민스님 역시 '멈추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에서 남과 비교하지 말 것, 밖에서 찾지 말고 내 마음 안에서 찾을 것, 지금 이 순간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느낄 것을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하였으니, 행복은 결국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주위의 모든 사람, 사물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삶의 주인공이다. 특출나서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서 그렇다. 주인공답게 남들 의식하지 않고 자신있게 앞길을 개척해나갔으면 한다. 뒤돌아볼 필요 없고 불확실한 미래에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카르페 디엠!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우리 주위의 모든 보통 사람들도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 보통 사람 쉰한명을 각 장의 제목으로 해서 써 내려간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피플'은 내 주위의 모든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작품이다. 우리 모두 피프티투, 피프티쓰리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

ⓒ최영수 교수 경영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