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유진 (5dbwls5@hanmail.net)

【노벨 화학상 - 화학과 배한용 교수】

비대칭 유기 촉매가 무엇일까
‘촉매’는 반응을 가능하게 돕는 물질이다. ‘유기 촉매’는 기존 반응에서 주로 쓰이던 ‘효소 촉매’와 ‘금속 촉매’가 아닌 제3의 촉매다. 효소 촉매는 아주 크고 복잡한 덩어리로 이뤄져 합성이 어렵고 구조가 조금만 달라져도 기능을 잃는다. 금속 촉매는 약으로 쓰였을 때 체내 잔류한 촉매가 독으로 작용할 수 있고, 수분과 산소에 민감해 다루기가 어렵다. 이에 비해 유기 촉매는 유기 화학자의 역량에 따라 쉽게 합성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과 인체에 무해하며 수분과 산소와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비대칭 유기 촉매’란 카이랄성을 지닌 유기물질을 합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유기 촉매를 의미한다. 이때 카이랄성은 손대칭성이라고도 불린다. 두 손을 마주 보면 겹쳐지지만 실제로 둘의 형태는 다르다. 이처럼 오른손성 물질과 왼손성 물질의 물리적 성질은 완전히 같지만, 생체 내에서 하나는 약으로 나머지 하나는 독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2021 노벨 화학상과 비대칭 유기 촉매
지난달 6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은 벤자민 리스트 교수, 데이비드 맥밀런 교수다. 비대칭 유기 촉매의 발견은 전례가 있지만, 그들은 비대칭 유기 촉매가 구체적으로 반응에 참여하는 기제를 규명했다. 대표적으로 리스트 교수는 ‘프롤린’을, 맥밀런 교수는 ‘이미다졸리디논’을 연구했다. 우리 학교 화학과 배한용 교수는 리스트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경험이 있다. 배 교수는 “리스트 교수는 효소 촉매 연구 중 효소 촉매 덩어리의 일부인 단분자 아미노산 프롤린을 촉매로 활용하고자 했다”며 “이때 성공시킨 반응이 ‘크로스-알돌 반응’이고 해당 반응의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맥밀란 교수는 금속 촉매의 수분과 산소 민감성을 극복하는 연구를 했다. 배 교수는 “맥밀란 교수는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이용해 이미다졸리디논을 합성해냈고 이를 통해 ‘디엘스-알더 반응’을 개발하고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리스트 교수와 맥밀런 교수의 연구를 두고 배 교수는 “비대칭 유기 촉매 반응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가 후속 연구에서 쉽게 활용했다며 그 의의를 밝혔다. 이어 리스트 교수의 연구에 관해 배 교수는 “기존에는 천연물이나 의약품을 합성할 때 여러 촉매를 이용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데 반해, 크로스-알돌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프롤린이라는 하나의 촉매로 합성할 길이 열렸다”며 연구의 중요성을 평가했다. 디엘스-알더 반응에 대해서도 그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반응이 실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백신 제치고 노벨 화학상 영예를 안다
유기 촉매 분야의 확장이 유기화학 분야에 기여한 바를 묻자 배 교수는 “기존 촉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제3의 도구를 개발한 것”이며 “리스트 교수와 맥밀런 교수는 촉매 하나, 반응 하나를 개발한 수준을 넘어 유기 촉매 메커니즘을 개념화해서 유기화학 분야를 폭발적으로 발전시킬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둘러싸고 백신 개발에 관한 연구가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백신은 아직 태동기의 기술이다 보니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이슈와 노벨상 수상 주제 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배 교수의 말처럼 이미 검증이 끝난 유기 촉매는 기존 촉매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내며 널리 쓰이고 있다. 현재 리스트 교수는 유기 촉매 자체에 대한 연구를, 맥밀란 교수는 유기 촉매와 다른 촉매 간의 접목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노벨 화학상 수상자 리스트 교수, 그와 함께 비대칭 유기 촉매를 연구한 배한용 교수.ⓒ배한용 교수 제공
왼쪽부터 노벨 화학상 수상자 리스트 교수, 그와 함께 비대칭 유기 촉매를 연구한 배한용 교수.
ⓒ배한용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