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구희운 기자 (cloud@skkuw.com)

알코올 해독은 간에서 두 단계로 진행
숙취 해소의 목표는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제거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이 더욱 바빠진다. 음주 후 우리 몸은 여러 과정을 거치며 점차 술에서 깨어난다. 이 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주량은 어떻게 결정될까? ‘해장술’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숙취해소제는 숙취 해소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술과 우리 몸에 관련된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술을 마시면 왜 취할까? 
술에 취하면 사람마다 다양한 행동을 보인다. 에탄올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흔히 말하는 ‘취한’ 상태가 된다. 한양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강보승 교수는 “알코올의 농도에 따라 몸의 반응이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는 주로 말이 많아지고 높은 농도에서는 인지기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에탄올이 우리 몸에 들어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고 통제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술은 이렇게 해독된다 
술은 물과 에탄올, 극소량의 메탄올로 구성된다. 에탄올의 해독은 간에서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에탄올은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정 발암물질로, 숙취의 주원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 ALDH에 의해 물과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강 교수는 “일반적으로 5~6시간 후에 혈중 에탄올 농도가 0이 되지만 체내에 남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가장 많아진다”며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완전히 없어져 숙취가 해소되는 데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주량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능력에 좌우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과음은 치명적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교적 주량이 떨어지는 이유도 ALDH의 활성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손원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구가 작고 체내 수분량이 적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남성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섭취해도 음주 관련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한편 메탄올은 에탄올과 비슷하게 ADH, ALDH로 분해되는데 그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매우 강한 독성 물질로 변한다. 이때 ‘해장술’은 메탄올이 포름알데히드로 분해되는 것을 방해한다. 많은 양의 에탄올이 체내에 들어와 분해 효소가 에탄올을 먼저 분해하게 만드는 원리다. 그러나 손 교수는 “음주 다음 날의 숙취를 극복하려고 해장술을 찾는 것은 숙취를 일시적으로 막을 뿐이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악화된 숙취를 겪으므로 숙취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독 그 후, 남아있는 숙취
숙취는 에탄올의 해독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숙면 부족, 술자리에서의 에너지 소모 등에 의해 발생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체내에 머물며 두통이나 무기력증, 피로물질 축적을 일으킨다. 숙취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감소하면서 해소된다.
우리는 흔히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실제로 조개의 타우린이나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 등의 물질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숙취해소제는 간 기능을 보호해주는 등 숙취 해소에 간접적으로 관여한다. 반면 숙취해소제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직접 분해한다는 근거는 없다. 서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유수종 교수는 “숙취해소제에 포함된 성분이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직접 분해하거나 아세트알데하이드 대사를 촉진한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며 “그러나 숙취해소제의 당분과 수분이 아세트알데하이드 대사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숙취해소제가 숙취 해소를 보조한다고 해도 과음으로 인한 간 손상을 막거나 해독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부터 실제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과가 있는 제품에만 ‘숙취 해소’ 문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숙취해소제 판매에 관한 기준을 강화했다.

올바른 음주 생활을 위해서는
술을 해독하는 주요 장기가 간인만큼 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음주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약과 술은 같이 섭취하면 안 된다. 이미 약이 간에 부담을 준 상태에서 음주하면 간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음주할 때는 가급적 적은 양의 술을 천천히 마셔야 한다”며 “술을 빨리 마시면 간이 에탄올을 분해할 시간이 부족해 뇌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술을 섞어 마시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해 쉽게 취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