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여준 기자 (yjyj0120@skkuw.com)

유독 찍을 사람이 없다는 대선이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이례적으로 높은 모양새다. 시민의 참여를 전제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 사회의 주역이 될 청년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눈을 돌리는 현상은 비극이다. 어쩌면 청년들은 대안을 갈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영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행동하는 대안 정치 세력이 필요한 시기다.

대안 정치 세력을 찾는다면 전 경제 부총리이자 대선 후보인 김동연 후보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채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저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는 그가 오랜 시간 공직에 몸담고, 은퇴 이후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며 발전시킨 미래 대한민국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저서에 그려진 김 후보를 한 줄로 묘사하자면 ‘경제 관료 출신의 때 묻지 않은 정치인’이다. 김 후보는 34년간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장관이자 경제 부총리 등 굵직한 공직을 역임해왔다. 책 곳곳에는 오랜 기간 경제 분야 관료로 지내 온 그의 세월이 녹아들어 있다. 보라색이 테마인 책 표지 디자인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이해득실과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의 모습과는 거리를 둔다. 거대 정당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제3지대에서 묵묵히 대선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소신과 비전을 갖춘 정치인’으로 남으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서 ‘기회복지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기회’는 김 후보가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가치다.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는 기회의 부재, 혹은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기회에서 발생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가 기회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내세운 과제를 세 가지로 분류해봤다. 우선 ‘도전할 기회’가 필요하다. 이는 도전을 가로막는 시장 규제를 철폐함과 동시에 보편적 사회안전망 확립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균등한 기회’도 중요하다. 김 후보는 공직 사회가 무사안일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하며 소위 ‘철밥통’을 깨고, 학연·지연·혈연을 중심으로 기득권을 수호하는 엘리트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외친다. ‘말할 기회’, 즉 정치에 참여해 시민이 의사를 표출할 기회도 중요하다. 김 후보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위해서는 5년 단임제 개헌, 분권형 대통령제도 필요하다며 서슴없이 제안한다.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는 산업, 복지, 행정, 부동산, 개헌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그가 그린 청사진을 펼쳐 놓는다. 그중에서도 행정 조직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오랜 시간 공직에 몸담으며 했을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장의 자율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점도 김 후보의 특징이다. 그는 정부가 시장에서 ‘참여자’가 아닌 ‘심판자’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시장을 존중하지만 보편적 복지에도 찬성한다. 그는 시장 대 반(反)시장, 작은 정부와 큰 정부와 같은 이분법에 빠져 분쟁을 반복하는 정치권을 비판하며, 진보·보수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고루 모아 그만의 청사진을 그려냈다.


김동연 후보에게 표를 행사하라는 글이 아니다. 그를 예찬하고자 쓴 글도 아니다. 김동연 후보가 대통령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안 정치 세력은 그 존재만으로 거대 정당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게끔 도와준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참여는 의무다. 정치에 신물이 난다면, 고개를 돌려서라도 대안을 찾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