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재원 기자 (magandsloth@skkuw.com)

올해 2월 이후, 9개월간 총 열두 편의 기사를 썼다. 이 취재후기가 실리는 지면에 함께 담길 특집 총론은 내 열세 번째 기사다. 나름대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고 생각하면서도 확신이 없다. 나는 2월의 내가 바랐던 만큼 우리 사회의 귀퉁이를, 구석진 모서리를 잘 돌아보고 다녔나? 

기사를 쓰는 내내, 내가 생각하는 기사의 정의에 대해 고민한다. 정확한 사실과 적확한 언어. 수습일기에도 적었고 취재후기에도 또 적는다. 하나 더 있다. 소수자의 목소리.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모습의 소수자가 존재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으려고 애쓸 때마다 한편으로는 회의감이 들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몇 달 남짓 준비해서 나온 것치고는 내 언어가 한참 부족하게 느껴져서다. 책, 논문, 보고서, 기성 언론의 기사. 배경지식을 위해 조사를 시작하면 그간 모르고 살았던 사실들이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온다. 나름대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준비한 질문도, 막상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면 터무니없이 얄팍한 수준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반복됐다. 

언제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아, 나 너무 잘난 척하면서 살았나? 또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이 멍청하게 태어난 이유는 죽을 때까지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배워야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기사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배움과 부끄러움이 반복되는 이 순간이 내게 더 많은 목소리를 들려줄 거라고 믿는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테니.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다. 취재후기인지, 수필인지 명확히 구별이 되지 않지만 내게는 채워야 할 지면이 남았다. 기사를 쓸 때면 늘 매수가 넘쳐서 많게는 10매 가까이 쳐낸 때도 있었는데, 취재후기를 쓰려니 고작 7매 남짓한 분량이 하염없이 길게 느껴진다. 이제 내 말을 오랫동안 한다는 건 좀 낯선 일이다. 지금까지 체크를 보며 삭제한 문장만 합쳐도 정해진 매수는 훌쩍 넘길 텐데……. 

사실 취재후기를 계획할 때까지만 해도 기사 뒷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문건 구성부터 취재와 기사 작성까지, 수많은 ‘썰’이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경험은 내 이야기인 동시에 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 나는 이 신문사에 들어와서 무슨 말을 하고 살았나. 새삼스럽지만 나는 기사를 내는 것으로 내 할 말을 했다.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내 기사가 매번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 타인의 생각을 거창하게, 혹은 기적적으로 바꾸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작은 조명 정도로나마 느껴졌으면 한다. 여기에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하며 밑줄을 긋는. 그리고 언젠가는 그 어떤 목소리도 귀퉁이에 남겨지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위치가 그들의 존재 가치를 어림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제 한동안 그럴 시간도 없을 테니, 한가하게 상상이나 해본다. 그때가 되면 나는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만약 귀퉁이에서 버티고 있는 이야기들이 다 사라진다면. 글쎄, 아마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