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혜균 (sgprbs@skkuw.com)


디지털 아트부터
희귀한 게임 아이템까지 자산화
블록체인에 저장된
고유 식별값이 핵심


‘무야호!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 지난해 말, 2010년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클립영상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무야호’ *밈(meme)이 큰 인기를 끌었다. 만약 무야호 밈 영상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지난 4일 MBC의 NFT 전용 플랫폼 ‘아카이브 BY MBC’는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무한도전’의 무야호 밈 영상을 NFT로 발매해 경매에 올렸다. NFT화된 무야호 밈 영상은 기존 유튜브 영상처럼 화질이 훼손되거나 삭제될 위험 없이 영구히 간직할 수 있다. NFT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자산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산 개념을 디지털까지 확장하게 해준 NFT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NFT, 디지털 콘텐츠에 
자산 가치를 부여하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준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이다. 토큰은 디지털 세계에서 화폐 대신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거래 수단은 대체 가능성을 가진다. 거래 수단인 만 원 한 장을 다른 만 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NFT는 블록체인 기반의 고유번호가 부여돼 대체 불가능하다. 고유번호는 각 NFT를 기술적으로 다른 값을 가지도록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는 토큰과 달리 NFT는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닌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디지털 사진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게시물 등 기존 디지털 콘텐츠는 복제나 조작이 쉽고 불특정 다수가 공유할 수 있어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고유한 자산으로 인정받은 NFT 자산은 웹상 디지털 지갑에 존재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NFT는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보증해준다는 점에서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애의 인생짤부터 ‘무야호’ 밈 영상까지…
이젠 NFT로 독점하세요

NFT가 고유성과 희소성을 보증해주면서 디지털 콘텐츠는 수집할 가치를 지니게 됐다. NFT는 수집 문화가 발달한 팬덤 시장을 겨냥해 마케팅 수단으로 성장 중이다. NFT 기반 NBA 랜덤 게임 사이트 ‘NBA 탑샷’이 대표적인 예다. NBA 탑샷은 미국 프로 농구 NBA의 클립영상을 NFT 카드로 제작해 랜덤 뽑기 형식으로 판매한다. 사이트 이용자는 랜덤 카드팩을 가상화폐를 통해 구매하고 이를 다시 다른 이용자와 거래하기도 한다. NBA 탑샷 카드를 취미로 수집하는 직장인 윤제이(34) 씨는 “팬심으로 NBA 탑샷 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며 “선수의 전설적인 경기 영상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최근엔 스포츠 팬덤뿐만 아니라 케이팝 시장에도 NFT가 도입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는 케이팝 가수의 NFT 포토카드 *굿즈를 출시했다. 지난 1일

엔씨는 11인조 남성 그룹 가수 더보이즈(THE BOYZ)의 컴백 쇼케이스를 기념해 50명에게 추첨을 통해 NFT화된 포토카드 굿즈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며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국내 방송사도 NFT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아카이브 BY MBC는 ‘무한도전’을 비롯한 인기 예능 및 보도 영상 중 의미 있는 순간들을 NFT화해 경매에 올리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시청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한정판 무야호 밈 영상도 경매에 올라 주목받았다. 오는 11일 경매 종료 예정인 8초짜리 무야호 밈 영상은 지난 6일 기준 최고가 580만 원이 제시됐다. 우리 학교 중국대학원 안유화 교수는 “현재는 마케팅 수단으로 NFT 굿즈를 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앞으로 NFT의 가치가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게 된다면 NBA 탑샷처럼 팬덤 시장이 기반이 된 온라인 수집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디지털 아트에 날개를 달아준 NFT
NFT는 미술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아트는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하므로 주로 전시를 통해 소비된다. 그러나 NFT의 등장으로 디지털 아트 또한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미술 시장에 새로운 판도가 열렸다. 대표적인 미디어 아트 거장 백남준의 1973년 영상 작품 <글로벌 그루브>는 지난 6월 NFT 자산으로 제작돼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약 5만 6천 달러에 경매 낙찰됐다. 디지털 아트가 아닌 실물 작품을 NFT로 제작하는 예도 있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7월부터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화해 한정 판매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우리나라 문화재를 디지털 자산화해 영구 보존하고,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중요시하는 정신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NFT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유명 예술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NFT 거래 플랫폼에서 직접 제작한 NFT 아트를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할 수 있다. NFT 아트를 수집하고 제작하는 직장인 윤여훈(30) 씨는 “올해 초 호기심에 올렸던 NFT 아트가 판매된 것을 보고 재미를 느껴 NFT 시장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며 “미술품을 사듯 투자 개념으로 NFT 아트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품 NFT화에는 저작권 문제가 남아있다. 현재로서는 타인의 저작물을 도용해 NFT로 제작할 경우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기술상으로는 작품을 NFT로 처음 제작한 사람을 원작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이장우 겸임교수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예방 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며,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NFT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자정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NFT도 메타버스 타고 떠나요
디지털 자산을 보증해주는 NFT가 결합된 메타버스 기반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더 샌드박스(The Sandbox)는 메타버스 게임 제작 모듈을 제공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더 샌드박스에는 NFT로 보증된 자산인 ‘랜드’와 ‘에셋’이 존재한다. 랜드는 더 샌드박스에서 발행한 한정된 양의 게임 서버다. 이용자는 랜드를 구입해 메타버스 게임을 개발하거나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에셋은 아이템, 캐릭터 스킨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세부 요소를 의미한다. 기존 게임 아이템이 게임 내에서만 가치를 가졌던 것과 달리 랜드와 에셋은 게임 밖에서도 거래될 수 있는 독자적인 NFT 자산이다. 이용자가 암호화폐 지갑에 저장된 NFT 아이템을 2차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샌드박스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김윤섭(22) 씨는 “이전엔 희귀한 게임 아이템을 모아도 게임을 탈퇴하거나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함께 삭제됐었다”며 “NFT화된 아이템들은 게임과 별개로 존재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게임 밖에서도 거래하며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전했다.

이처럼 NFT는 디지털상에서의 경제활동을 용이하게 해줘 메타버스 기반 게임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안 교수는 “메타버스 기반 게임 내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지려면 가상공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치를 인정해주는 자산이 필요했다”며 “NFT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보증해주면서 메타버스에서도 현실처럼 경제활동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메타버스 내 경제와 실물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밈=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를 일컬으며 일상에서는 주로 사진이나 영상 등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요소를 이른다.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으로 드라마, 애니메이션, 팬클럽 따위와 관련된 상품을 말한다.

 

아카이브 BY MBC 경매에 올라온 무야호 밈 NFT.
ⓒ아카이브 BY MBC 경매 캡처
더 샌드박스 공식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한정 NFT 자산 '랜드'.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