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이화 (exhwa@skkuw.com)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

단순한 규제 아닌 새로운 질서 만드는 과정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우리 목소리 내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한 이후, 온라인 플랫폼 규제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김연철 교수는 “세계가 온라인 플랫폼 사회라는 새로운 판으로 재편되고 있고 그것과 비슷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4차 산업혁명의 노동 질서를 새롭게 만드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본지는 온라인 플랫폼의 세 가지 특징과 함께 규제 논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소비자에 소비자를 잇는 플랫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우선 과제는 네트워크 효과를 촉진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특정 상품에 대한 한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받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경우 규모가 커질수록 소비자의 네트워크 효과는 높아진다. 또한 소비자가 늘면 개발자와 생산자가 덩달아 늘어난다. 후발주자가 이미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금은 선두주자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에서 초장기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전통적인 산업과 달리 독점 지향적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이 우월한 지위를 통해 입점업체와의 중개 거래에서 과도한 수수료 및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중개 서비스를 넘어 자체상품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도 하는데, 이때 자체상품 판매를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해,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자사 상품과 서비스를 검색 결과 상단에 올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쿠팡 역시 현재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입점 업체를 보호 VS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화법)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됨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의됐다. 정부안을 포함해 총 8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며 법안 모두 현재 정무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노출되는 순서 및 기준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으며,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기준과 사업자 간 분쟁 해결 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안은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입점업체에게 물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입점업체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변경하는 행위 △입점업체의 경영활동을 간섭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서치원 변호사는 “소비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과의 거래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입점업체를 보호하는 법률은 없었다”며 “공정화법이 도입되면 온라인 플랫폼의 양면 시장을 모두 보호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법안에서 규정된 불공정행위 유형은 온라인 플랫폼의 고유한 불공정거래행위를 모두 포착하기 힘들다”며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유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검색순위가 매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관한 입법은 미비하다”며 “검색순위에 관한 사항과 온라인 플랫폼 이용 시 수집되고 생성되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승민 교수는 공정화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모든 온라인 플랫폼이 규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는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필요성에 대한 실증적 확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섣불리 입법을 진행하기보다 면밀한 실태조사와 실증분석을 바탕으로 규제의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하고,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의 특정한 행위를 규제한다면 해당 행위로 범위를 한정해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를 멈춰라! 
온라인 플랫폼의 두 번째 특징은 통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공공성’에 있다. 김 교수는 “통신 네트워크는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함에 따라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통신 네트워크를 장악해버리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제기된 망 사용료 논쟁은 이와 관련 깊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국내 기업의 경우 매년 통신사에 700억~1000억 수준의 망 사용료를 지불한다. 반면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중립성을 이유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한국 통신망에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해당 온라인 플랫폼들은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차별적인 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을 망 중립성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이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 통신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 법이 지난해 12월 시행됐다. 그러나 법은 망 사용료에 대한 직접적 규제 방안 없이 최소한의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 효력이 없다. 이 때문에 망 사용료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지난 9월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급증하자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청구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망 중립성 원칙이 훼손되면 스타트업 기업의 피해가 매우 심각해지지만, 거대 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 기업들의 무임승차 문제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며 “망 중립성 원칙과 망 사용료 지불 논쟁에 대해 어느 한쪽이 맞다, 틀리다의 관점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합의를 통해 망 사용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례로 디즈니플러스는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이하 CDN)에 이용 요금을 지불하고, CDN 업체가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어 김 교수는 “법제화를 하게 된다면 망 중립성 원칙을 지키더라도 과도한 트래픽을 요구하는 기업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역시 “망 사용료 논쟁은 회사의 사적 분쟁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정부가 실질적으로 규제 방향을 제시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이 때문에 “넷플릭스와 SKB 소송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규칙이 필요해  
온라인 플랫폼의 세 번째 특징은 ‘다국적성’에 있다. ‘GAFAM’은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약어다. 글로벌 생태계에서 선점우위를 차지한 GAFAM은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김 교수는 “GAFAM과 같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협력체계구축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8일 OECD 136개국이 잠정 합의한 디지털세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GAFAM에 대항할 만한 온라인 플랫폼이 없는 유럽은 GAFAM의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법을 펼치지만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토종 온라인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유럽의 규제안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종 온라인 플랫폼이 글로벌 차원에서 육성될 방안을 고려해, 규제가 필요한 사안인 경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역시 “다른 나라의 법을 따라가기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법안을 고안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국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앱결제=구글이나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으로 자사 앱 안에서 결제하는 방식.
◆트래픽=특정 통신 장치나 전송로 상에서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 전송량.
 

망 중립성을 고속도로에 비유한 사진
망 중립성을 고속도로에 비유한 사진
서여진 외부기자 webmaster@